소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라 - 소녀들을 위한 페미니즘 입문서 우리학교 소년소녀 시리즈
정희진 외 지음 / 우리학교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미니스트... 라는 말에는 진보적이라는 뜻과 래디컬하다는 의미가 중첩되는 듯 하다.

여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지만,

지나치게 여성의 문제만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담길 수 있다.

사회 자체가 남성 중심의 사회로 이미 제도화 된 상태에서 여성 문제에 대한 접근은 늘 백안시의 대상이 되기 십상인 것.

 

그렇지만, 아직도 여자중학교, 여자고등학교의 이름이 그대로인 곳도 많고,

겨레의 밭이 되자, 모성이 되자 등 전근대적인 교훈이나 격언이 비석에 적힌 걸 보면,

계몽의 길이 요원함을 생각하게 한다.

 

한국은 아직도 봉건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범죄자 박근혜 하나를 감옥에 넣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는 모습이 딱 그렇고,

명절이라는 날이 되면, 차례상 차리는 데 여성들의 노동이 봉건시대의 그것인 것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최수종과 김희애가 열연했던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처럼,

남존여비가 대놓고 이야기되는 시대는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사회는 갑갑하고 노동자는 을의 입장이어서,

남성도 직장에서 얽매이고, 여성들의 가사 노동은 또한 질곡으로 점철된다.

 

'여자다움'은 이쁜 얼굴이나 가꾸고,

남자에게 살살거리며 아양이나 부리는 모습으로 드라마에 늘 등장한다.

공유앓이를 하게 만든 도깨비의 여주인공도 수술미녀가 아닐 뿐, 현대 여성의 전형이라 보기도 어렵다.

 

고등학교까지는 성적이 월등히 우수한 여학생들이 어디에서부터 살기가 힘들까?

여성으로서 전문직으로 갈 수 있는 교사, 간호사의 길에 대한 선호는,

결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길과 연결된 것 같기도 하다.

또는 결혼해서도 휴직을 하고 다시 직장에 복귀하는 일이 비교적 쉽기도 하고.

 

여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여성 문제>를 가르쳐야 한다.

학생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는 <노동 문제>를 가르쳐야 하고.

노동자를 '착한 사람만~' 이란 의미로 근로자라는 말로 눈가리고 아웅 해봤자 세상은 나아지지 않는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성이라는 상품을 소비하기 쉬운 나라일 듯 싶은 나라에서,

그래서인지, 여성의 순결을 아직도 강의하고 다니는 희한한 집단도 있는 나라에서,

딸을 기르는 일, 여학생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책은 중학생 수준의 페미니즘 입문서 정도가 될 듯 싶다.

문제 제기도 평범하지만, 토론의 주제로 삼을 만한 것들이 많고,

특히 챕터의 말미에 영화나 소설을 소개하는 것들은 현장에서 접합도 가능하겠다.

 

한국에서 '유리 지붕'의 여성 문제,

'가사 노동'의 여성 문제,

특히 결혼 이후 '육아'와 '직장'의 문제를 국가가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지금처럼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면,

이 나라는 출산율의 최저치를 극복하지 못하고 멸망하는 길을 택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여성들이 텔레비전에서 수다나 떠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프로그램들 좀 없애고,

예쁜 여성들 바라보게 하는 걸그룹 소비재 좀 없애고,

국가가 나서서 여성 인재들이 더 훌륭한 인재를 낳아 기르면서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과 반대로 역사상 최악의 여성 대통령의 그림자 뒤로

조윤선이나 김희정같은 허깨비 장관들을 목도하는 현실에서,

여자들이 시끄러우니~~ 하는 잡소리를 하는 낡은 남자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두런거리는 듯 하여 한숨이 앞선다.

여자가 대통령이 되면서 육아에 대해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개뻥을 쳐 놓고는,

누리예산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예산은 최순실이 삥땅치는 나라에서,

반값 등록금 뻥치고는 사립대 살리기로 사기치는 나라에서,

과연 <출산 가능한 여자 지도>나 만든다고 해서 아이를 낳을 리는 만무한 것이다.

 

여성 문제, 이것도 교육이 관건이다.

 

페미니즘의 핵심은 <연대>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연대>라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고 이뤄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겠다.

 

소통과 연대... 현실은 불통과 분열로 치달았지만,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여성 문제는 더 지옥으로 치닫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