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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훔치기 - 한 저널리스트의 21세기 산책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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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기가 바뀐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이 마흔이 넘는다는 것보다 시시한 일이었다. 우리는 그걸 겪어 봤지 않은가?
그렇지만, 돈냄새를 맡는 사람들에게 세기가 바뀐다는 것은, 돈이 된다는 것일 수도 있다.
2000년이 되고, 2001년이 되어서 이제 확실하게 21세기가 되었지만, 세상이 바뀐 것은 없다. 아니 오히려 점점 지옥처럼 바뀌고 있다.
한국일보에 21세기를 전망하는 모색이란 내용으로 고종석이 글을 썼다가 모은 모양인데, 그의 얄팍한 지식들의 편린을 보여주는 대표작이 되었다.
사회주의라는 <열정적인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서 유목민들은 떠돌면서 양을 친다. 현실 사회주의에 열광하지도 않았으면서, 현실 사회주의가 사그라진 것을 삶의 기회이자 자양분으로 삼는다. 폭국 미제국주의와 마찬가지 신세다.
그는 녹색을 말하고, 생명 윤리를 말하고, 여성 해방을 말하고, 자유주의를 말하지만, 솔직히 그는 <자유로운 지식인으로서 자본의 힘에 저항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자본의 힘에 기대서, 자유로운 지식인인 체하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늘 20%에선 너무 먼 나머지 80%의 삶에서 바라본 시각에서의 따뜻한 코드 맞추기가 아닌, <코드 훔치기>는 그래서 불만족스럽고, 어설퍼 보이고, 유치해 보인다.
21세기의 코드가 지식 훔치기고, 짜깁기고, 습자지처럼 얄팍한 유목민적 하이퍼 텍스트 만들기라면, 그의 말대로 마리화나를 통해 천국을 오가는 자유를 외치는 것이 더 그에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