겅호!
켄 블랜차드,셀든 보울즈 지음, 조천제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5년 전쯤, 이 책 소개를 어디에선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 빌려 본다.

한 시간 정도면 읽을 만한 책이다.

이 책은 개인의 성장을 돕는 이야기는 아니다.

팀을 이루고 일을 해야 하는 경우, 그 집단에는 <리더>가 있게 마련인데, 리더의 역할은 쉽지 않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박정희만한 리더는 없었다. 오죽하면 아무 것도 아닌 박근혜까지 떠받들 정도로...
박정희는 어떤 면에서 성공한 리더일까? 이 책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도 있단 생각을 한다.

이 책에서 광고하는 정신들은 이렇다.

다람쥐의 정신 - 가치있는 일을 한다.
1.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안다.
2. 목표를 이해하고 또 제대로 실행한다.
3. 모든 계획과 행동은 가치로 결정된다.

비버의 방식 - 목표달성에 필요한 일을 스스로 결정한다.
1. 임무와 역할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2. 생각과 느낌, 욕구와 꿈을 존중하고 경청하며, 그것에 따라 행동한다.
3. 목표는 달성 가능하지만 도전적이어야 한다.

기러기의 선물 -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한다.
1. 격려는 시기 적절하고 즉각적이며, 무조건적이고 열성적이어야 한다.
2. 일의 결과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일의 진행과정에서도 서로 응원해야 한다.
3. 열정은 임무와 금전적 보상, 그리고 격려에 비례해서 증가한다.

박정희가 개인적으로 친일파 만주군 소속이었고, 공산주의자 전력을 한순간에 배신했으며, 독재자로서의 죽음을 맞이하긴 했지만, 그의 리더십에는 분명 탁월한 점이 있었다.

오랜 기간 독재자가 되면서 날조된 부분이 사실에 비해 클 수도 있으나, 그가 이룬 경제 개발은 분명 거지 나라 한국에게 <다람쥐의 정신>을 길러 주었다. 포항 제철이나 현대 자동차, 조선 같은 중공업이 독점 재벌에 의해 성장했지만, 그것은 한강의 기적을 부르기 위한 <가치>를 가졌다고 보아야 한다.
한일협정, 베트남전 참전 등의 굴욕적 외교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새마을 운동이란 시대 정신은 국민을 동원하는 데 상당히 성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70년대 중반까지 북한에도 못미치던 국가 경제를 일으켜 세운 것은 70년대의 <잘 살아 보세>의 시대 정신이었던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 결과물을 향유한 것은 80년대 이후지만, 그래서 전두환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경제 개발의 기틀을 다진 것은 박정희의 업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는 군인 출신이었지만, 분명, 다람쥐와 비버의 도전 정신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기러기의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잘 살아 보자고 했고, 나를 희생해서 국가도 부유해졌고, 먹고 살만해 졌는데,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지 생각해 본다면, 결국 기러기의 선물을 도난당한 기분이 든다.

교사로서 학급을 운영하기도 하고, 나이 들어 교장이 된다면 학교를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급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화(겅호)의 정신이라 생각한다. 우리 반 일기는(지금은 쉬고 있지만) 공화국 일기라고 부른다. 공화의 정신은 모든 인간이 부처임을 존중하는 정신이 아닐까? 나도 소중하고, 그래서 모두 소중하다는 정신.

한국인들은 너무 다람쥐의 정신과 비버의 방식에 시달린 것 같다. 이제 기러기의 선물을 받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요즘 인터넷이 온통 축구 이야기로 가득한데, 유독 한국 축구의 특징이라면, 족구로 보인다.
축구는 훈련, 또 훈련, 경쟁, 오로지 골로 이야기 하는 경기로 경쟁과 긴장의 연속인 반면, 족구는 시종 일관 웃을 수 있고, 개인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 이완의 과정일 수 있을 것이다. 축구 연습이 다람쥐, 비버의 일상이라면, 족구는 기러기의 선물이기도 할 것이다.

아, 오늘 아침엔 아이들한테 얼음 과자라도 하나씩 돌려야 겠다. 어제 영어 샘에게 우리 반 아이들이 예쁘다는 칭찬을 한참 들었다는 핑계라도 대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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