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이다 오늘의 젊은 작가 12
김중혁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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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나는 전설이다' 뭐 이런 거 비스무레한데...

김중혁의 소설은 단편이 제법 괜찮고, 수필도 괜찮은 편이다.

이 책은 중편쯤 되는데, 왜 하드커버까지 해서 책값만 비싼가.

하드커버도 있고, 페이퍼백도 있으면 좋겠다.

 

요즘 나온 영화들의 영향인지, 우주미아가 등장한다.

'나 완전해 좆됐어'로 시작하는 '마션'처럼 재미있지도 않다.

 

아재개그 내지 부장개그란 게 있다.

썰렁해서 별로 호응하고 싶지 않지만,

그 사람은 나보다 항렬이 높거나, 직위가 높아서 '풋' 정도는 웃어줘야 한다.

 

코미디의 핵심은 뭐냐, 거리두기 아니냐.

거리를 둬야 웃길 수 있고, 상황에 빠져들지 않아야 비꼴 수 있는 거잖아.

여자들은 웃을 때와 슬퍼할 때를 구별할 줄 알지만, 남자들은 그걸 잘 못해.(121)

 

남자들의 공감능력이 떨어져 코미디언이 많다는 이야기인데,

사회생활 자체가 남성 중심 사회여서 그런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공감 능력 자체야, 남녀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고...

 

우주에 안 나가 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우주에 나가면 뇌의 뚜껑이 열려.

모든 지평선이 사라지고, 경계가 없어져.(127)

 

그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쓴 이유가 이런 것인가보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런 심오함이 소설에는 없다.

 

간절히 원하는 게 있으면 이루어질까?

사람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 훨씬 많다고 느꼈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원했던 단 하나가 바로 간절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살지 않았다.(138)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어요?(139)

 

그렇다.

삶의 의미는 그리 크지 않다.

거기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이 있을 따름이다.

 

전에 저한테 그러셨어요.

네가 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게 얼마나 엄청난 우연인 줄 아니?

얼마나 희귀한 존재인 줄 아니?

너를 함부로 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182)

 

농담치곤 좀 진지한데, 좀더 농담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저질 농담은 유머러스하기보다는 보기 싫은 편이니까.

 

바탕화면 속에서 나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점일 뿐이겠지.

아니 점처럼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없지는 않지만 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존재.(186)

 

크게 보면 우리 삶은 미미하다.

작은 존재이지만, 우리는 또 삶을 희귀한 존재라 여기며 산다.

 

농담처럼 삶은 번지지만,

삶을 먼지처럼 가벼이 여기는 사람은 또 없다.

 

강풀처럼, 흡인력 강한 모티프를 소설로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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