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가르침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정택영 그림 / 들녘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수십 년을 소설을 쓰던 여자가 갑자기 시력 이상을 겪는다.

그래서 글을 쓸 수 없게 되자, 밭으로 눈을 돌린다. 채소를 기르고 식물을 심으면서 느낀 것들을 천천히 써나간 이야기가 이 책이 되었다. 잡지에 연재했던 간결한 글들이지만, 욕심 많은 삶에 지친 사람이 하느님의 뜻을 읽게 된 느낌을 잘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식물은 아무리 섞어 심어도 결코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다. 인간보다 훨씬 비겁하지 않다... 참 대단한 통찰력이다. 몇 가지 씨를 섞어서 심어 버려도 식물들이 제각기 싹을 내는 것을 보고 배운 것이다.

소설을 쓴다고 짱구를 아무리 굴려도 얻지 못할 것들을 흙에서 얼굴 내미는 싹들을 통해서 얻은 것이다.

아프리카는 가난한 나라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그 대륙의 식생을 살펴 보면, 예를 들어 바오밥나무나 아카시아 나무같은 생명력은 다른 대륙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그는 그런 것들을 시력을 잃으면서 더 보게 되는 것이다.

역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개발이 될 수록 식물의 이름에서 멀어지는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공부해야 알게 되는 식물의 이름들.

식물을 기르는 재능이란 의미의 '그린 핑거즈'에서 조물주의 의미를 읽는다.

통풍이 잘 되지 않으면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나. 소노는 공산주의 국가에 비유했지만, 사실 공산주의 국가 외에도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지... 일본도 그런 나라 중의 하나인데...

그는 <알맞은 정도>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을 '달인'이라고 한다. 그 어려운 경지.

인간과도 물건과도 무리없이 헤어질 수 있는 지혜. 그것이 노년이 준 지혜라고 한다. 모으지 않는 삶. 버리는 삶. 버림으로 얻는 지혜... 그것이 녹색이 주는 지혜 아닌가. 마치 톡 쏘는 정도로 매운 고추 안에서 살고 있는 벌레처럼 불평하지 않고 분별하지 않는 삶처럼... 햇빛이나 한 줄기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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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9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6-06-20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님께서 선생님이라 하시니... ㅋㅋ
천천히 용기를 내시길... 괴테가 이런 말을 했대요.
without haste, without rest... 서두르지 말고, 쉬지도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