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492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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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생각이 오가서

턱,

머리끝부터 꼬리뼈까지

트래픽 잼에 걸려 있을 때

내 고양이를 본다

한 번에 한 생각

혹은 아무 생각 없는

오솔길 같은 눈망울을

들여다본다

아니, 내다본다(고양이가 있는 풍경 사진, 부분)

 

생각이 너무 많다.

인간은 그렇다.

나이가 들면 더 그렇다.

그래서 나이들면 좀 가벼워져야 한다.

그 명랑의 대표가 황인숙이다.

 

나는 왜 항상

늙은 기분으로 살았을까

마흔에도 그랬고 서른에도 그랬다

그게 내가 살아본

가장 많은 나이라서

 

지금은,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송년회, 부분)

 

돌아보면 내 나이가 부담스럽다.

서른에도 서럽고, 마흔에는 부록스럽고, 쉰에는 쉰내가 난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를 되뇐다.

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보고 살면 된다.

오늘이 나의 남은 날들 중 가장 젊은 날이니.

 

고양이 한마리 만나고도 안쓰런 그가

뭐 얼마나 뉴스에서 즐거운 일들만 만나리오마는,

그래도 그런 마음 가짐은 좋다.

 

알 수 없는 것 투성이고

매사 서툴렀던

흘러가버린 시절

아뜩히 밀려오네(이름 모를 소녀, 부분)

 

젊은 시절 멋도 모르면서 멋으로 여긴 우울,

몽상, 허무, 아련한 불안...

그러나 이제 당최 궁금치 않은 미래.

그래서 그는 명랑할 수 있다.

 

그가 58년 생이니 이제 1년 뒤면 환갑이다.

그래서 그는 단풍드는 나이를 맞아,

그 붉은 단풍에서 <힘>을 찾는다.

그 힘의 리듬이 시의 제목이다.

참 힘차서 좋다.

시들시들한 나이에 힘찬 리듬을 붙이니 명랑하다.

 

붉고 붉은 단풍

우수수 떨어져

나무 주위를

파닥거리며 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히

어여쁨 뽐내며 파닥파닥

붉고 붉은 단풍

환희로 가득한 숲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붉고 붉은 단풍

가슴 저며라, 사람인 나는(탱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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