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예찬 - 넘쳐야 흐른다
최재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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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란 한 종으로만 이뤄진 집단을 일컫는다.

사회의 성원들은 일단 각자에게 득이 되기 때문에 모여들지만

함께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온갖 이해관계에 휘말리게 된다.

사회 생물학은 바로 이런 관계의 역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89)

 

최재천의 '넘쳐야 흐른다'는 마음을 담은 책.

자연을 관찰하면서 인간사와 유사한 면을 유추하여 쓴 간단한 이야기들이다.

 

성공하려면 이기적이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다.

최고 수준에 오르면 그때부터는 이타적으로 행동하라.

교류하고 고립되지 마라.(마이클 조던, 186)

 

삶은 경쟁이고 투쟁이고 승리를 바라는 과정이다.

그렇지만, 모든 면이 그런 것은 아니다.

구애를 위해 선물을 하기도 하고,

이익을 위해 뇌물을 주기도 한다.

유전자를 남겨주기 위해

이기적으로 자기 자식에게 모든 것을 베푼다.

 

유엔에서 '밀레니엄 생태계 평가'를 하는데,

웰빙과 일빙 ill-being 의 비교가 있다.

일빙이란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고 느끼는 무기력함, 빈약한 사회관계망, 물질적 빈곤,

허약한 건강상태, 사회 불안의 다섯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상태이다.

이 반대가 웰빙을 담보할텐데,

특히 건강과 사회 안전은 자연생태계의 건강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154)

 

아픈 사회에 살고 있는 일빙의 일원으로서...

기억나지 않습니다...로 일관하는 재벌 총수들을 바라보는 무기력함,

독거노인으로 대표되는 사회관계망,

빈부의 격차 심화로 인한 빈곤의 고도화,

건강에 대한 관심 역시 격차가 큰데 의료보험 역시 일반보험의 비중이 커질 것이고,

사회 불은은 불문가지...

 

위대한 예술은 정원의 화초가 아니라

자기 모순을 딛고 피어나는 잡초.(175)

 

촛불들은 화초가 모인 것이 아니다.

잡초들의 의견은 제각각이고 다 다르지만,

그 모순 속에서 작지만 일관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예술로 승화되는 사회상과 비견되는 것도 멋지다.

 

리더는 reader이자 thinker이자, trailblazer(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휘자는 청중에게 등을 돌려야 하지만

국가의 지휘자는 국민의 눈을 들여다보며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미래가 이 암울한 현재보다 밝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263)

 

이런 대목을 읽노라면 좀 서글퍼진다.

약물중독자가 책을 읽을 리도 없고, 생각이 있을 수도 없으며, 길은 알 수도 없을 것이므로...

국민에게 등을 돌린 지휘자 같은 그의 탄핵을 앞둔 날들은

독한 것들의 암중모색과

약한 것들의 처절한 저항이 충돌하는 나날들이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다.

탄핵을 시켜도 절반도 이긴 것이 아니다.

잡초들을 짓밟던 자들의 군화 밑창을 뚫고

고개 꼿꼿이 들고 저항하는 날들이 더 지속되어야 승리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도올의 일갈이 명쾌했다.

지금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들은 다 가짜라고.

원래 가짜는 어렵고 복잡하다고...

 

거품으로 가득했던 이명박근혜의 시대가 퇴조하고 있다.

거품으로 가득했던 새누리당의 거품이 가라앉고 있다.

 

촛불의 거품으로 세상은 더 부글거려야 한다.

양이 질로 전환되기까지는 끝없는 열기가 축적되어야 하고,

이전 상태를 부정하고 새로운 상태를 지양하는 존재는

계속 부글거리면서 거품을 뿜어내야 한다.

 

자기도 모르는 한 순간,

거품은 사라지고 상태가 고양되기도 하는...

그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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