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애옥살이 - 권오길 교수가 풀어 쓴 생물들의 애옥한 삶 이야기
권오길 지음 / 지성사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학교에서 채변 봉투를 나누어주던 날의 곤혹스러움과, 십여 알의 노란 구충제를 먹던 날의 더 곤혹스러움은 뇌리에 깊게 각인되어 있다.

불과 이십 년 전만해도 아이들이 버즘이 피고 축구 대표팀은 후반전에 픽픽 쓰러졌지만, 요즘 아이들은 잘 먹어서 비만이 심하고, 대표팀은 말뼈를 먹는다는 둥, 산삼을 먹는다는 둥, 배가 불러졌다.

아직도 하루에 수십만이 굶어죽는다는데, 너무도 많이 먹는다.

이 글의 저자, 권오길 선생님은 참 말발이 탄탄하다. 이런 양반이랑 생물학 안주삼아 술을 마시면 밤을 새고도 술이 안 취할 것 같다.

이 책은 딱 그만큼 맛있는 책이다. 입담 가득한 이야기와 사람들이 <동물의 왕국>의 김정만 아저씨에게 느끼던 동경이 가득차있는 책. 그러면서도 지구는 살아있다는 가이아 이론처럼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인간은 그 종의 하나일 뿐임을 명확히 가르치는 훌륭한 책이다.

뱃속의 기생충을 박멸 대상으로 보지않고 연구 대상으로 볼 줄 아는 애정. 끔찍한 애정이다.

생물학자의 글에서 만나는 '아소 님하, 어마니같이 괴시리 없세라...'운운은 색다른 감동을 받게 한다. 고전을 방기하는 작금의 교육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런 구절이다. 과학자에게도 문학적 소양은 그 깊이를 더해 주며, 인문학도에게도 과학적 발견들은 학문의 폭을 넓히는 눈이 된다. 필요한 과목만 골라 공부하는 맞춤식 수능은 아이들을 죽도 밥도 아닌 <무정란>으로 만들어 버렸다. 영양가없는 삽질만...

그는 과학자이지만, 시인이고, 환경 보호론자이며, 선각자이다.
입담좋은 할아버지이면서도, 생물들의 애옥한 삶, 곧, 가난하고 고생스런 살림살이를 일반인에게 풀어내기 딱인 학자가 아닐까 한다.

살코기가 너무 많아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이런 미련한 동물들을 하느님께서 내려다보신다면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하실까. 그래서 자연의 섭리대로 그 개체를 줄이기 위해 어떤 불벼락을 내리실는지, 어떤 천적을 보내실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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