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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평점 :
원전이 사고를 일으키면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도 피해를 입게 돼.
말하자면 나라 전체가 원전이라는 비행기에 타고 있는셈.
아무도 탑승권을 산 기억이 없는데,
하지만 사실은 그 비행기를 날지 않도록 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럴 의지만 있다면.
그런데 그럴 의지가 보이지 않아.
승객들도 일부 반대파를 제외하곤 말없이 좌석에 앉아 있을 뿐 엉덩이조차 들려고 하지 않아.
그러니 비행기는 계속해서 날 수밖에.
그리고 비행기가 나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비행기가 잘 날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어.(423)
이 소설은 1995년 출간된 것으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원자력 발전'이 아니라 '핵 발전'이므로 <핵 발전소> 또는 <핵전>으로 부르는 게 옳겠다.
주제가 공익에 관련된 것인 만큼,
소설은 재미없다. ㅠㅜ
방사선 장해 전문가인 교수가,
원전 정책이 수많은 작업원들의 희생 위에 이뤄지는 것임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
미시마는 덧붙이고 싶은 한 마디.
원전과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에게도
그같은 사실을 인식시켜야 (529)
결국 이 소설의 주제는,
누구도 원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1986년 4월 26일 토요일...
그날은 체르노빌 원전의 재앙이 일어난 날이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나트륨 폭발'까지 걱정하며 전문적 지식을 뽐내지만,
좀 의도성이 진한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 가독성이 많이 떨어지는 책일 듯.
다수의 사람들은 어른이 돼서도 가면을 벗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침묵하는 군중을 형성한다.
미시마는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마음먹었다.
침묵하는 군중의 저 섬뜩한 가면을 향해 돌 하나라도 던질 수 있을까.(633)
한국에도 원전은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그 이름도 지역을 감추고 있다.(부산은 '고리', 경주는 '월성', 울진은 '한울', 영광은 '한빛')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사용할 전기를 위해 원전을 가동하고,
세계 수위의 철탑을 흉물스럽게 꽂아대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거기 관심이 없다.
남의 일처럼 여기기 쉽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원전에서 직경 4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지난 번처럼 지진이라도 일어나면, 가장 먼저 건물붕괴보다 원전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여수의 밤바다를 구경하는 관광버스를 타면,
여천 석유화학단지의 야경이 볼만하다.
만약 거기 비행기가 처박히면 불바다가 될 것이므로
인근에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한 배려일 것이다.
포항제철 공장같은 시설도 밤에는 화려한 불을 밝힌다. 마찬가지 이유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것이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렇지만 한국의 원전마피아들은 자기 주머니가 급하다.
이 암흑의 시기에, 최순실이 원전까지 파고들지는 않았기를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