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서울대 교수 조국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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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맘에 안 든다.

원래 정의의 여신 디케는

눈을 가리거나 감고 있다.

이 책의 여인은 두눈 부릅뜨고, 아주 비싼 실크로 온몸을 감싸고 있으며,

3급 행정관의 도움이라도 받은 듯,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눈을 가리고,

평형을 잡고,

그리고 칼로 내려치는 것이 법이다.

한국의 법과 전혀 다른 상황이긴 하지만...

 

하긴, 한국의 사법은, 만인(10,000인) 앞에 평등하다고 하지 않던가.

 

조국은 왜 법의 길에서 진보를 추구하는지,

왜 사회에 참여하는 목소리를 내는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민청련의 상징은 두꺼비였다.

두꺼비는 알을 품으면 뱀을 찾아 나서 스스로 잡아먹히지만

그 알은 뱀을 자양분으로 부화해 마침내 뱀을 죽이고 수많은 두꺼비로 태어난다.(98)

 

우리가 살아온 나날의 슬픔이 담긴 말이다.

 

사회주의는 근본적이어야 한다.

근본적이라는 것은 뿌리에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뿌리는 인간이다.(112)

 

에리히 프롬의 말이란다.

조국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말이다.

지금 한국의 삶이 헬지옥으로 일컬어진 데는 과도한 자본의 세상에서 비롯하는 것이 크다.

사회주의적인 근본을 잊지 않는 자세는 그래서 중요하다.

 

정치는 표면이고 경제가 본질이죠.(125)

 

삼성 반도체의 백혈병 노동자의 죽음을 그린 '또 하나의 약속'에 나오는 말이다.

이명박근혜의 나라 말아먹기의 본질이 저것이다.

정치는 표면, 돈 먹기가 본질.

더러운 것들을 쳐내기 위해서는 근본에 더 다가서야 한다.

혁명이 필요한 때인데, 어쩌면 박근혜가 그 기회를 부여한 것인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시대를...

 

이 땅과 그 위에 있는 우주공간은 어떤 나라의 일부가 아니며,

어떤 기구의 관할권에도 속하지 않는다.(131)

 

버클리 대학의 진보적 학풍이 풍겨나는 글이다.

조국의 글을 읽으면, 한국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를 빙자하여 경제를 도륙낸 세력이 아직 건재하건만,

희망이란 온갖 죄악 사이에서 남아있는 판도라 상자와도 같은 것이니...

 

중용은 비겁도 만용도 아닌 '용기'이다.

중용은 현실의 부정의와 부당함을 직시하고

그것을 고쳐서 최상, 최적의 현실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행동하는 심성과 자세(166)

 

중도를 '비겁' 내지 '기회주의'로 써먹는 자들이 있다.

김무성이나 나경원처럼 박쥐같은 것들은 비겁자들이다.

중도는 그야말로 정의의 친구인 것이다.

 

춤추는 별을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들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205)

 

나도 이 니체의 말을 사랑한다.

혼돈은 춤추는 별의 바탕이다.

지금도 질서를 이야기하는 정치가가 있다.

질서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자들이다.

 

힐러리가 대선에서 패색이 짙다.

박근혜의 공문서 유출에 비하면 새발의 피 정도 잘못으로 뒤집힌 것이다.

그런 자의 입에서 경제를 걱정하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면,

'내년 예산을 어서 짜서 순실이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파렴치한 마음이 읽힌다.

살의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한국 사회의 이 혼돈이

춤추는 별을 탄생시키기 위한 혼돈이면 좋겠다.

 

지식을 가지면

잘못된 옳은 소리를 하기 쉽다.

잘못 알고 있는 것만 고정관념이 아니다.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세상에 정답이란 없다.

한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이건 군사 독재가 만든 악습이다.(211)

 

질서가 좋은 것이라고 배웠고,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로 시작되는 긴 글을 외우며 살았다.

군사 독재가 '고정관념'의 국가를 부른 것이다.

 

내 작업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 소리에 현혹됐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조지오웰, 244)

 

요즘 지나치게 정치적 관심사가 높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정치적 관심이 돌아보면 좋은 세상으로 가는 길목이라는 생각도 든다.

 

조국, 우리 세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오래 힘을 써주기 바란다.

 

고칠 곳...

 

42. 노란 벽돌 길...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니라 '오즈의 마법사'이다.

 

58. 멀리 떨어져 차갑게 바라보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이는 자존심이 약하다는 반증이다. (여기서는 '방증'이 맞다. 반증은 어떤 주장에 상반되는 증거를 뜻하고, 방증은 정황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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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9 2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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