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
지승호 지음 / 오픈하우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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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리더는 지시하는 사람, 미래의 리더는 질문하는 사람(피터 드러커, 126)

 

예전에는 생명이 없는 사물까지도 영을 부여했는데,

요즘은 영혼을 가진 생명까지도 사물화한다.

그래서 계속 질문해야 한다.(아도르노, 66)

 

바둑에 가장 좋은 수는 없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적절한 수가 있듯

인터뷰에서도 가장 좋은 대응은 있을 수 없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대응만 있을 뿐.(71)

 

저는 상식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는 데 대해 질문을 던지는 사람.

도대체 왜 이런 문제를 풀지 않고

계속 이렇게 끌고 가느냐고 질문하는 사람.

결국 인터뷰는 사람, 나아가 이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일.(72)

 

동양 사회는 '질문하지 않는 사회'였다.

유교적 수직 질서가 너무 오래 침윤된 곳이어서일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질문'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기본은 질문에 있다.

 

왜 박근혜는 범죄를 저질러도 수사하지 않는가?

왜 최순실은 범죄자인데 검찰이 에스코트 하는가?

도대체 이 나라에 희망은 있는가?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반성했다.

이제 28년째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

앞으로 10년은 더 가르쳐야 하는데, 나는 얼마나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나?

질문을 던지고 대답할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얼마나 혼자서 답을 던져 주었던가...

 

안다는 것과 깨달음의 차이는

그것이 아픔을 동반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

앎에 있어 아픔을 느낀다면 그건 깨달은 것.(공지영)

중요한 문제들은 결국 언제나 전 생애로 대답한다.

그동안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원칙이나 말을 내세워 변명하고, 이런 것이 중요할까?

결국 모든 것의 끝에 가면 세상이 끈질기게 던지는 질문에 전 생애로 대답하는 법이네.

너는 누구냐, 진정 무엇을 원하느냐,

너는 진정으로 무엇을 할 수 있었느냐.('산도르 마라이, 열정'에서, 14)

 

교사로 살아온 날들이 깊어갈수록 이런 생각이 든다.

전 생애를 살고 나서야,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고 할 수 있었는지 말할 수 있다고.

그래서 남은 시기도 잘 살아 내야 하며, 철학이 필요하다고.

 

지승호는 자기 목소리를 죽이는 대신,

인터뷰하는 사람의 말을 가감없이 살리려 노력한다.

 

마치 인문학 열풍처럼 단지 도구로 전락한 듯 합니다.

질문을 잘해서 성공하자, 성공한 이들은 위대한 기록자였다...(28)

 

인문학도 성공 도구로 팔려나가듯,

질문의 기법도 성공 도구로 남아서는 안 된다.

지승호의 인터뷰는 다른 이들과 다른 궤적을 밟는다.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맥락에 놓인 사람을 끈질기게 찾아다니는 힘, 그것이 지승호의 힘이다.

마치 이상호 기자가 세월호 현장에서 밤을 새울 때,

손석희 사장 역시 세월호 뉴스를 보내고 있었으며,

어제 최순실을 보호하는 검찰 앞에서 '세월호 7시간 동안 무얼 했느냐? 유가족에게 한 마디 해 달라.'며 절규하는 이상호 기자와 JTBC 뉴스룸의 '시월의 마지막 밤'은 우리에게 제대로 된 질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10월의 마지막 밤이 담고 있는 추억은 제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10월의 마지막밤은 공통의 기억으로 남게될 것만 같다. 오늘은 많은 일을 조정해왔던 숨겨진 주인공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다. 온통 무장한 그의 비밀은 무엇일까. 그는 변호사를 통해 의혹을 모두 부정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던져진 갈증과 참담함, 혼돈의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가 물었던 '왜'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같다"(2016. 10. 31 손석희 앵커 브리핑)

 

인터뷰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13)

 

결국 지승호의 인터뷰가 가진 힘은 그의 태도가 건전한 방향으로 궤적을 남기고 있다는 데 있다.

 

대화에 미니멀리즘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면,

부산식 미니멀리즘이라고 하면 그게 딱 지승호.(18, 우석훈)

 

깊숙한 심리 상담이어서도 안 되고, 엄정한 취조여서도 안 된다.

그 외줄타기를 통해 상대를 침범하지 않은 채

그를 이해하는 요긴한 구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법(김혜리, 57)

 

자신은 아는 것이 부족하다는 듯,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들이 삽입되어 있지만,

어쩌면 지승호 스스로도 정확히 깨닫지 못한 어떤 지점에,

이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80년대를 살아온 한 남자의 의식이

그의 궤적에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부와 권력이 특정한 방법으로 분배되고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세계 속에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현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하워드 진, 102)

 

그렇다.

인터뷰에서 '사람'만을 읽으면 그건 마치 점과 같다.

방향성이 없는 것이다.

그 점에 방향성이 생길 때, 그 벡터에서 에너지가 생기고,

에너지의 파동으로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인터뷰는 이 유아론과의 싸움입니다.

사이에서 본다는 것은

내 것만이 아닌 내 것이 아닌 것과의 관계를 따지기 때문입니다.(196)

 

여느 인터뷰하는 이들이 저지르는 잘못은,

자기 입맛에 맞게 내용을 버무리는 것인데,

지승호는 방향성을 설정한 자기 목소리에 인터뷰내용을 버무리지 않는다.

다만, 자기 방향에 맞게 인터뷰할 사람을 계속 찾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능력이고 힘이겠다.

 

나꼼수가 세계를 풍미할 때 '닥치고 정치'를 내놓았고,

이제 손석희를 인터뷰하면 되는 셈인가? ㅎㅎ

그런데 그는 손석희를 분, 초 단위로 만날 수 있었다는 후문만 잠시 남겼다.

 

이론은 칫솔과 같다.

없으면 빌려써야겠지만,

남의 것을 쓰면 뭔가 찜찜하다.(241)

 

그는 자신의 이론을 이 책에서 피력하지 않았다.

다른 많은 사람들의 명언을 옮긴 부분도 무척이나 많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자신의 칫솔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칫솔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의 끝에 가면 세상이 끈질기게 던지는 질문에 전 생애로 대답하는 법이네.

 


그가 하는 인터뷰들이 모여서 그의 칫솔을 이룰 것이다.

생각하는 것은 물 위에 쓰는 것.

그냥 흘러가 버린다.

돌 위에 글을 써야 한다.

그래야 남는다.

그래서 지금 영화를 찍어야 한다.(영화감독 허우 샤오시엔)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돌 위가 아니라 역사 위에 글을 새기는 것입니다.(179)

 

세상은 덧없이 흘러간다.

기록하는 자만이 무언가를 남긴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는 학자도,

세상을 자신의 필터로 재구성하는 문학자도,

영상으로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감독도 아니지만,

자신의 지향점의 언저리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흔들림을 통하여,

계속적으로 무언가를 남기고

앞으로 꾸준히 밀고나가는 사람이다.

 

조금 시간이 여유로워지는 시절이 온다면,

이상호 기자와 인터뷰한 '고발 늬우스'를 만들 수 있게 되기를,

손석희 사장과의 '뉴스룸'과 손석희들...을 읽는 기회를 주기를...

 

건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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