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스스로 글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이 책은 별로 매력 없다.

 

영화에 대한 글도 체계가 없고,

잡다한 산문들 역시 산만하다.

잡지에도 글을 쓰고,

소설도 쓴 모양인데 그것도 그저 그랬고,

특히 진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선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 자수성가했다고 여길는지 모르겠으나,

청소 운운하면서 자기 방 사진을 자랑하는 포즈 역시 고시텔 이야기만큼이나 재미없다.

 

내가 별로라는 걸 인지하는 사람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 선량함이나 역량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 체계가,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사실에 더 빨리 가 닿을 수 있다.

그건 비관이 아니다. 비전이다.(23)

 

라임은 멋진데, 그가 주장하는 바가 책 전체에 일관되진 않은 듯 하다.

역사 공부를 좀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의 진보에 대한 비판은 옳은 부분도 많다.

그러나, 진보가 멍청하거나 진부해서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억압해온 한계 지점이기도 하다.

 

26년이라는 영화가 부족한 것은 물론 감독의 잘못이 크다.

그렇지만 그 영화가 2006년 나온 만화를 2008년 제작하려 했으나,

끈질기게 억압받던 끝에 2012년 대선 직전 개봉했다는 4개월짜리 영화라는 점에서,

광주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너무도 금기에 가깝다는 면에서,

그리고 '화려한 휴가'에 비하여 학살자를 처단하겠다는 주제 면에서,

억압받을 수밖에 없는 영화였음을 잘 알면서 여러 글에 걸쳐서 비난하는 것은

현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점에서 그 역시 반성할 점이 있다.

 

진심이니 상식이니 시민의 힘이니

국민의 명령이니 그저 맹목적으로 뜨겁고 자기만 옳은 정치수사들과

상대를 절대악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는 정의로운 자들로 가득찬

인터넷 게시판을 폭파시키고 싶다.(100)

 

난 스스로를 냉소적이라고 하면서 이런 말을 쓰는 그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 책에 2008년 광장에서의 폭력을 경험한 기록도 간혹 등장하지만,

2014년 시오니스트들의 폭격에 분노하면서,

그해 봄 수장된 이 나라의 진실에 대해 일말의 언급도 없는 것을 본다면,

아직 사회를 읽는 눈이 여러 면에서 모자라 보인다.

 

말솜씨가 꽤 있는지 방송에도 나가는 모양인데,

김제동이 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지, 그의 언행들이 어떤 면에서 사람들을 껴안는지

더 공부하면 좋겠다.

 

한국의 역사를 공부한다면, 이 책에 쓴 말들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을 터이니...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고스란히 드러나는 건 닉슨이라는 인간의 불안한 영혼이다.

그는 어느 누구도 믿지 못했다.

그에게 진정한 의미의 친구는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하버드 입학 허가를 받아놓고도 돈이 없어 가지 못했다.

닉슨은 탄핵을 목전에 두고 사임을 결정한다.

그리고 케네디 초상 앞에서,

"사람들은 당신에게서 이상향을 보는데, 내게서는 그들 자신을 보는군요." 하고 내뱉는다.(338)

 

우리가 인생의 위기를 극복하고

혹시모를 성장의 기회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경청해야 하는 것은

성공담이 아니고 굴복하고 실패한 이들의 이야기다.(339)

 

닉슨은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으로 탄핵의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탄핵이 아니라 사임함이 당연한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개혁안을 내세우는 범죄자가 권력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검찰은 개똥을 맞으면서도 범죄자에게 수갑도 채우지 않고 에스코트를 완수하였다.

 

어설프게 중립을 논하면서 양시론이나 양비론을 들먹이는 자들은

곡학아세의 나락에 빠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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