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 가는 길 - 선방의 향기 따라, 선객들의 발자국 따라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간혹 선방에 머물고 싶은 때가 있다. 세상의 모든 근심 초탈하여 나붓이 앉은 모습만을 생각하는 낭만적인 내 기질 탓이다. 여름 방학 같을 때, 한 일주일이라도 선방에 앉아서 나를 찾고, 나를 잊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선방은 그런 곳이 아니었다. 막연히 깨달음의 순간을 기다리는 간이역이 아닌, 미완의 수행자들이 자신을 제련하는 <용광로> 같은 곳.

용광로 안에는 뜨거운 열기가 있고, 융화가 있다. 네것 내것의 구분이 없고, 아무런 <상>도 없다. 만약 모든 상이 상 없음을 본다면 곧 여래를 본 것이라고 금강경에서 나투신 말씀이 바로 용광로 안에 들었잖은가.

휴휴의 경지를 배웠다. 앞의 休는 번뇌 망상을 놓아 버리는 것이고, 뒤의 휴는 놓아버렸다는 생각마저 놓아버려 가물거리는 경지.

수행이란 영원한 행복을 얻기 위한 방편이다.
수행이란 '비어있는 지혜'로 다가서는 것이다.
지혜란 삼매에서 나온다.
삼매란 모든 행위를 깨어서 살펴보는 것이다.
인생을 진지하게 궁구하면 삼매가 일어난다.
선이란 자신을 끝없이 향상시키는 것이다.

생명이 있건 없건 삼라만상이 모두 한 몸이므로 결코 '나'를 관형격으로 놓고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배운다.

풀잎 한 이파리가 건네는 말에서도 소름이 돋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 자신을 온 몸으로 드러내며 살고 있습니까?"

어떤 스님은 공부하다 보면 감사한 마음이 끝이 없어서 자꾸만 눈물이 나서 수건을 두 개 걸어 놓고 있다고 한다. 부처님을 얼마나 그리워해야 하는가 하면, 옆엣 사람들이 미쳤다고 손가락질할 정도가 되어야 한단다. 아, 나는 지금 나를 얼마나 드러내며 살고 있는가. 부끄럽다.

이 모든 일도 자기가 좋아서 스스로 했을 때 괴롭지도 힘들지도 않은 법.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만이라도 가르친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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