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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ㅣ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평점 :
폐경을 긍정적인 말로 '완경'이라 하듯,
이혼을 좋은 표현으로 '졸혼'이라 한단다.
이 책을 읽으며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굳이 책으로 낼만 했나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뭐 두 사람이 만나
그것도 글쓰는 사람들이 만나 함께 걷겠다는데,
책 한 권 쯤 내도 좋지 않겠나 싶었다.
제목은 좋다. 조심하며 걷자.
그래야 졸혼을 하든 파뿌리까지 해로하든 할 것이고,
슬프지 않을 것이다.
잠깐 고개를 드니 작은 구름 두 덩이가 사라졌다.
구름 있었던 자리가 깨끗하다.(39)
이렇게 살면 좋겠다.
그 자리가 깨끗하게 졸혼을...
두 사람이 정말 <걸어본다>에 맞게,
'시드니'의 포장도로뿐 아니라, 호주의 아웃백을 걸어보면서,
호주의 슬픈 역사와 아직 인간의 문명이 미치지 못한 아웃백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나는 정말 두 사람의 걷기를 극찬했을 터인데, 뭐, 내가 편집자가 아니니 어쩔 수 없지.
느림이란 곧,
초들이 줄지어 나타나 마치 바위위에 내리는 보슬비처럼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질 때까지 시간과 완벽하게 일체를 이루는 것.
이같은 시간의 늘어남은 공간을 깊이 파고든다.(127)
멋진 말들이 참 많다. 장석주편에...
그런데, 그건 다 각주가 붙은 인용이다. 아쉽다.
시드니 도심에는 왕립 식물원 등 공원이 많다.
공원에 깃든 고요함, 초목들, 쬐는 햇볕, 한가로움이 좋다.(165)
호주 대륙에 비하면 이런 부분이 아쉬운 것도 있다.
제주도 기행에서 '4.3'이 빠지면 그건 가짜이듯,
호주를 '걸어본다'고 했다면, 도시만 걸어서 가짜 느낌이 나서...
'숲평선'이라는 말을 보았다.
좋았다.
다만, 그 숲평선을 그저 베란다에서 바라보았음에 아쉬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