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부득탐승不得貪勝 -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
이창호 지음 / 라이프맵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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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위기십결'이라는 교훈이 있다 한다.

바둑을 둘러싼 열 가지 경구인데, 그 첫째가 부득탐승이다.

얻고자 한다면 승리만을 탐해서는 아니된다는 교훈.

 

이창호는 자신의 바둑을 '두터움'의 바둑이라고 일컫는다.

초반 포석에 자신이 없고, 중반의 실리를 따지는 데는 두터움이 기본이라고 하면서,

끝내기에서 최선을 다해 집중한 결과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

 

세계적인 고수의 이야기를 쉽사리 이해할 수는 업지만,

삶의 태도에서도 늘 마무리에서 흐트러지기 쉬운 것이 인지상정임을 본다면,

좋은 말인 듯 하여 적어 둔다.

 

내가 가진 최고의 재능은 즐거움.(30)

 

책읽기를 즐겨하는 아이는 공부를 잘 할 게고, 말하기를 즐겨하는 아이는 말을 잘 할 것이다.

즐거움을 잘 계발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진짜 천재들은 상대가 누구든 중심을 잃지 않는다.

확고한 '자기류'가 있다.

어떤 상대든 자기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유리한 싸움을 펼친다.(84)

 

이창호가 말하는 자신의 약점은 도리어 그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자기류'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유연하기도 할 터.

 

바둑은 균형을 다투는 게임.

실리든 세력이든 어느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기울면 승리의 길은 멀어진다.(113)

 

집을 지어야 하지만, 바둑판 전국에 걸쳐 세력을 뻗쳐야 한다.

어찌보면 역설적인 그 긴장감이 바둑의 묘미일 게다.

이창호는 자신의 '두터움'의 장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바둑판위에 잠복한 두터움은

실리가 부족할 때는 집으로, 국면이 엷을 때는 세력으로 변화했다.(115)

 

그것이 실력일 게다.

평상시 닦은 실력의 두터움은 상대의 약점에서 실리를 취하고

상대의 강한 공격에 세력으로 버틴다.

 

그는 나침반의 자침처럼 계속 떨고 있다.

늘 불안해 해왔음이 책에 잘 드러난다.

이말을 뒤집으면 방심하지 않음이다.

 

자신감이란 묘하다.

상대를 압도하는 기세로 작용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 수위를 넘어버리면 상대에게 급소를 노출시키는 방심이 된다.

그리고 정밀함이 무너지는 순간 자신의 바둑을 통제할 수 없어진다.(160)

 

미생인 것은 바둑돌이나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자신감은 좋은 미덕이지만, 도가 지나친 수위를 까딱 넘어버렸을 때 통제불능이 된다.

 

생각하는 힘도 용불용이다.

쓰면 쓸수록 발달되고,

쓰지 않고 먼지가 쌓이도록 내버려두면 퇴화한다.(197)

 

바둑 기사를 '선수'라 부르는 '스포츠'의 시대가 된 요즈음.

바둑을 통해 삶의 한 수를 배우는 일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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