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리본의 시절
권여선 지음 / 창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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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리즈 시절'이란 말이 있다.

한창때...라는 이야기인데, 권여선은 '주정뱅이'가 된 시점에서 '분홍 리본의 시절'을 돌아본다.

 

내가 저분을 입으로 빨아서 그려...(86)

 

이렇게 외설스러운 말의 재미가 이 책엔 조금 있다.

 

선배님, 어떤 여자한테 배우신 거예요?(196)

 

분홍 시절...

객지에서 지냈던 나의 분홍 시절,

그 친구들이 서른 해가 넘어서 만나더니,

다들 <기죽어 지낸> 그 시절,

왜 그렇게 주눅들어 지냈는지 모른다며 소식을 전한다.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 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거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김사인, 화양연화)

 

 

나와 비슷한 시절에 대학을 다녔을 그는

나와 다른 기억으로 가득한 모양이다.

 

이 책에서 역시 음주 장면은 많이 등장하지만,

'약콩이 끓는 시간'에서
분홍 리본의 시절은 처참하다.

 

꽃다운 나이...란 뜻의 화양연화는,

언제 꽃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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