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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 2015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작품 수록
한강 외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11월
평점 :
현대 작가들의 단편이 참 좋은 것들로 가득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요즘.
2015년의 황순원 문학상에는 당연히 2014년의 지옥도에서 시작한다.
소녀가 물 밖으로 걸어 나온다. 젖은 옷에서, 팔뚝과 종아리에서 쉬지 않고 물이 흘러내리는데, 머리 위에 쌓인 눈만은 아직도 녹지 않았다. 무대 앞 객석을 향해 한 발씩 다가오며 그녀가 말한다.
나는 잠을 잘 수 없어요. 당신은 잠들 수 있어요?
잠깐 잠들어도 꿈을 꿔요. 당신은 꿈을 꾸지 않아요?
언제나 같은 꿈이에요.
잃어버린 사람들.
영영 잃어버린 사람들. (한강,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44~45)
김애란의 '입동'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린 젊은 부부의 도배하는 시간,
터져나오는 눈물에 대하여 썼고,
황정은의 '웃는 남자'에서는 잃어버린 여자대신 움켜쥐고 있었던 가방에 대해서 쓴다.
그의 아버지는 죽어가는 친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기억을 반추한다.
그해, 참혹했던 기억들이 문학으로 남았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의 이기호가 보여주는 온기와 딴판으로 돌아가는 인생사를,
손보미의 임시교사의 나이듦과 세상의 냉랭함이,
권여선의 '이모'가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손바닥을 지지기나 하던 뜨거운 화인이,
다들 가슴 속에 남았으리라.
영영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도 잃기 전에는 모두 따스한 관계의 한 축이었을 것이다.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잃기 전에,
따스함이 날카로운 이론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