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나무 숲
권여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팔도 기획, 참 좋다.

소설가는 글에 향기를 불어넣을 줄 아니까요.

직업으로써의 일과 외부자로서 보는 일은 상당히 다르지만,

또 팔도 기획, 을 읽으면서,

내가 하는 이 팍팍한 나날의 일들도, 외부자로서 꿈꾸는 이의 '꿈'의 관점에서 보면,

'향기를 불어넣을 줄 아는 사람'의 일일 수 있겠단 생각을 한다.

 

은반지, 가장 좋았다.

사람이 살아있었다.

두 할머니가 거기 오롯이 살아서 버스를 타고, 수다를 떨고,

악머구리처럼 치를 떨고 있었다.

다정히 나누어 낀 커플링이었는데,

차갑고 매정한 상징이 되어버린 것처럼,

삶은 그런 변화를 겪는 것이다.

 

비자나무 숲, 제주도의 비자림에서 영감을 얻은 듯 싶은데, 그저 그랬다.

 

길모퉁이,

그 모퉁이에 딸린 글자들과,

글자들의 쓰인 생김새와,

글자들의 소리와 의미까지,

각도까지가 길모퉁이에서 삶을 재단하고 평가한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소녀의 기도, 무섭다.

사람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무서웠고,

꽃잎 속 응달, 병신같았다.

가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인 교수들의 속사정이 추악하게 비추인다.

 

진짜진짜 좋아해, 혜은이 노래 가사에서 따온 건데,

누가 너를 내게 보내주었지?로 마무리된다.

젊은 날의 아득한 증기같은 추억을 되돌아보는 소품.

 

최근작, '안녕, 주정뱅이'의 작품들이 아주 깊은 우물같은 속사정을 전해주는 책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그렇게 깊지는 않고,

이런저런 측면들이 비추이는 느낌이었다.

 

다만, '은반지'는 '이모'나 '봄밤'만큼의 울림을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