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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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이나 김전일은 '私刑'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살인사건의 해결 뒤에 선 범인은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함을 '자력구제'의 형식으로 해결하려던 것.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이 책은 주말에 읽었어야 했는데,

어중간한 시점에 시작해서 밤잠을 설치게 만든 책이다.

그리고, 이 작가의 책을 구해서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이 탓인지, 집중력 탓인지, 세상 탓인지,

추리물이나 읽게 된 것이 몇 년 된다.

 

재판이란 게 다 운에 달렸어요.

피고인이 만나는 변호인, 검찰관, 재판관,

그런 사람들의 편성으로 재판이 좌우되는 거죠.(72)

 

그렇다.

법이란 것을 만든 것도 인간이고,

과정 역시 인간의 두뇌가 벌이는 게임과도 같은 것이다.

 

사형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피해자의 감정을 유린하는 행위(98)

 

아이들에게 토론 공부를 시킬 때, 반드시 넣는 것이 사형의 존폐에 대한 것인데,

역시 결론이 없어 재미있는 토론이 된다.

사형에 찬성하는 쪽이 반드시 들고나오는 것은 피해자 가족의 감정이다.

 

사람이 사람을 정의라는 이름하에 심판하려 할 때

그 정의에는 보편적인 기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110)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사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히틀러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그를 사형대에 올렸어야 했고,

현대 한국사에서도 반드시 사형에 처했어야 했던 인간들이 여럿 있어서다.

사형은 개인적 범죄보다는 이런 사회적 파국을 야기한 인물들에게 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범죄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무언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침투하여 그 토대를 들어내는 것이다.(131)

 

이건 주인공이 피해자를 생각하며 든 것인데,

과연 사건에서 피해자는 온전히 피해자일 뿐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꼬이고 또 꼬인 클라인 씨의 병이나 뫼비우스의 띠처럼

상식적인 판단을 유보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소설이다.

 

책을 덮으면서,

어떻게든 유리가 힘을 내서 살아주기를 바랐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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