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 법을 지배한 자들의 역사
한홍구 지음 / 돌베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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汚 더러울 오, 辱 욕될 욕...

더럽고 욕된 발자취들로 가득한 책이다.

 

 

독재 아래서 사법부는 탄압받지 않았다.

그냥, 알아서 꼬리 흔드는 개가 되었고,

점점 거대해져서 상대를 보고 힘없으면 무는 개가 되어버렸다.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기본 사명을 내팽개쳤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권력 집단으로 군림하고 있는 사법의 역사를 기억해야 하고,

고문당했다고 절절히 호소하건만

이를 묵살한 사법 엘리트 개개인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15)

 

제1차 2차 인혁당 사건 같은 것을 보면서,

독재가 변화시킨 사법부를 읽는다.

 

1964년만 해도 용기와 자존심을 갖춘 검사들이 있었으나,

10년 세월은 국가관이니 충성심이니 하는 것들이

검사들의 용기와 자존심과 부끄러움을 몰아낸 기간이요,

정보부의 입맛대로 사건을 처리해 출세하는 검사들이 나올수록

검찰이라는 조직은 망가져갔다.(125)

 

아, 고문을 당하면서 땅바닥을 기며 차라리 죽여달라고 말하는 장면들을 읽으면서는

분노를 넘어 눈물이 났다.

 

대법원은 민청학련 사건 배후로 조작된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살인으로 박정희의 배려에 화답했다.

사법부의 회한과 오욕의 역사는 제작과 감독은 박정희가 맡았지만,

그 시나리오는 사법부의 손으로 직접 쓴 것이다.(104)

 

이 책은 2008년 정도,

수십 년 전 사법살인에 대하여

후배 판사들이 '미안하다'고 하는 정도로 마무리된다.

 

전임 대통령을 치욕스럽게 만들어 죽이고,

용산과 세월호의 눈물의 기록들은 감추고,

이제 권력의 정점에 선 사법의 권력자들에게 세상은 개돼지들의 진흙탕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이제 고문에 눈감고 판결문을 낭독하던 피동적 자세를 넘어,

능동적으로 사회를 접수해가는 사법부,

만능 휠체어를 타신 분들에게는 헌법이 없고,

사소한 잘못들 앞에서는 엄정한 칼날을 휘두르는 정의의 여신은 이제 권력의 편이다.

 

이런 것이 역사라면,

차라리 모르고 싶다.

차라리 가르치지 않고 싶다.

 

대통령 선거 직전 부정선거 수사 발표도 무죄,

국정원의 선거 개입도 모두 무죄로 만들지만,

한명숙 전 총리는 증거 없이도 유죄로 만드는 '최종 폭탄 처리반'이 되고만 권력의 하녀.

그들에게 너무 큰 권력이 가버렸다.

무섭다.

희망이 없어보인다.

 

이 두꺼운 책이, 너무도 캄캄한 시대가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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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2 19: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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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6 09: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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