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미래 - 2013년 제3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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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미래'는 주제가 독특하다.

소수 언어 박물관이라는 곳이 있고,

소수 언어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 대하여 쓰고 있다.

재미는 없지만 소설이 생각할 거리는 많다.

 

나는 이 세계에서 하나의 언어가 사라진 순간,

그 말에서 빠져나온 숨결들과 기운들로 이뤄진 영이다.(13)

 

이런 서술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가 찾아 나서는 것이 어떤 순간일지는 상상할 수 있을 듯 싶으나,

언어라는 것 자체가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이니 꼭 그리 생각해야 싶나 하게도 된다.

 

중앙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세계 곳곳의 언어를 보호하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이 단지를 세웠다.

결과는 그 반대였다.

그리고 그건 중앙에서 내심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그들은 잊어버리기 위해 애도했다.

멸시하기 위해 치켜세웠고, 죽여버리기 위해 기념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모두 기획된 거였는지 몰랐다.(20)

 

인간이란 하찮은 종족이 하는 일들이 늘상 그러하다.

이 구절은 요즘 시끄러운, 아니 시끄러워야 하지만

이화여대 작은 시위보다 조용한 '위안부 협상'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할머니들이 모두 나비가 되어 날아가 버리기를 진심으로 '중앙'에서는 바랄지도 모른다.

 

내 첫 이름은 '오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나를 점점 '이해'로 만들어 주었다.

나는 내 이름이었거나 내 이름의 일부였을지 모르는 그 단어를 좋아했다.

나는 복잡한 문법 안에 담긴 단순한 사랑,

단수이자 복수,

시원이자 결말,

거의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노래였다.(33)

 

언어는 참 웃긴다.

호남을 철저히 짓밟은 당의 대표로 뽑힌 사람더러 '호남의 인물'이라 부르고,

전기세와 고통의 누진적 고통을 '여왕님'께서 한마디로 해결한 듯 보이게 만드는 게 언어의 힘이다.

결국 '오해'로 점철되는...

 

김이설의 '흉몽'은 '라디오 독서실'이라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에서 들은 작품이었다.

그야말로 흉몽이었으면 좋겠을 상황이

그만 현실일 때,

다들 제 정신이 아니다.

누군가 죽고 누군가 미치지만,

오히려 그것이 정상이다.

 

모두 병들었지만 누구도 아파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미친 세상이다.

 

세상을 말로 이해하는 일은 '오해'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해'를 찾아 나서는 일에 '말'을 뺄 수는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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