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우 김성환의 판자촌 이야기
김성환 지음 / 열림원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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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두가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그때 그 시절의 청계천 풍속화. 이것이 이 책의 부제다.

딱히 청계천변 이야기인 것만은 아니니, 판자촌 이야기라고 제목을 붙인 모양이다.

동아, 조선 일보에 고바우 영감을 연재한 김성환 화백이 그려낸 50년대-70년대의 풍경에는 전쟁과 극복의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시대를 살아낸 분들의 시각에 반공 이데올로기, 지배층의 이념에 사로잡힌 분들이 많은데, 김성환 화백의 글과 그림은 객관적이고 속속들이 배어있는 가난의 땀냄새가 오히려 아름답다.

가난도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던 시절.
그렇지만, 가난 극복의 일념이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버렸던 시절.
그래서 지금도 <독재자 박정희>의 <가난 극복의 신화>는 부정되지 못하는 현실.
<가난 극복>이 <독재 극복>의 걸림돌이 되어버린 웃지 못할 현실.

판자촌 사람들 안에는 장사를 하고, 먹고 씻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가득하지만,
내 눈에 가득 들어온 것은 페이지마다 눈에 힘을 쓰고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불필요한 경쟁이 지나칠 정도의 학교 교육에 대한 비판이 많지만,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힘은 <인적 자원>이었다.

가진 것이 없어 몸을 팔기도 하고, 공장에 다니면서도, 동생이나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고, 그 아이들은 피땀흘린 돈으로 공부하는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필사의 의지로 불탔던 시절.

가난 속에서 피워낸 경제적 부유함의 꽃의 밑거름은,
이런 시절 이야기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일제를 겪고, 전쟁을 겪은 분들이 사라져가는 시절. 이런 책은 사료로써도 가치가 높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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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6-05-11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가끔 전쟁이 나서 피난가는....그런 꿈을 꾼답니다. 전쟁을 겪진 않았지만 그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일까요?...이 책은 꼭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글샘 2006-05-11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워낙 두렵게 많이 배워서 그렇겠지요.
이 작품 속의 가난은 상당히 낭만적으로 그려졌지만, 실제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신산했던 삶은 얼마나 아팠을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