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 박범신 장편소설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

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아버지가 있다.

아니, '비책임'을 주장하는 아버지가 있다.

달과 6펜스에 나오는 가장과도 같다.

 

왜 아버지는 자기 삶이 없는가.

 

그것에 대하여 파헤치는 이야기다.

메갈리안이라는 이름도 요즘 횡행한다... 여성의 차별에 대한 남성 혐오를 드러내는 극단주의자들인데,

남녀의 차별보다 앞서 인간 차별이 문제다.

 

치사해, 치사해...

 

꿈을 버리고 치사해져버렸기 때문에 그렇게 산다.

'김영란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면서 그렇게 산다.

 

세상의 모든 소금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맛이 달라.

사람들은 단맛에서 위로와 사랑을 느껴. 가볍지.

그에 비해 신맛은 시비를 거는 것 같고,

짠맛은 옹골찬 균형이 떠올라.

쓴맛은 어둠이라 할 수 있겠지.(133)

 

삶과 연결된 소금의 비유는 어디까지나 비유이다.

소설 속의 아버지는 어디까지나 소설 속의 인물이다.

소설을 읽고 그렇게 집으로 오르던 길을 돌아 나올 아버지는 없다.

그래서 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집으로 가던 골목길을 돌아서 나와 본연의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찾아 보라는 메시지가 담겼으니.

 

아무리 치사해도,

나도 직장을 28년째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이 온통 분식 회계로 사는 판이라서.

실제보다 회계를 부풀리는 뭐, 그런 게 있어.

분식 회계로 계속 운영하면 마지막엔 망하게 되어 있거든.(98)

 

아버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분식 회계로 사는 이유는, 자식을 위해서라는 미명도 있지만,

속물 근성도 그 안에 포함되고,

삶에 대한 불만도 다분히 뒤섞인다.

 

삶은 치사하다.

한자로 부끄러울 치, 일 사, 치사이다.

부끄런 일로 가득한 게 삶이다.

 

빨대~와 연관되면 더 그러하다.

김영란 법의 뉴스에,

오천원짜리 커피 기프티콘을 담임에게 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ㅎㅎㅎ

치사한 줄 기레기도 알 것이다.

진경준이를 막자고 만들자는 법이 김영란 법이거늘,

오천원짜리 기프티콘을 뉴스 첫머리 꽂는 그 치사한 아버지도 참 치사하지만 안됐다.

 

역시 박범신은 '은교'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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