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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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나뭇잎이 너한테 손을 흔들고 바위가 미소 짓고 강물이 안부를 묻잖아.

저곳에는 가난도 없고 부유함도 없어.

슬픔도 없고, 원수도 없고 원망도 없어.

저기 사람들은 전부 죽었고 평등해.

그곳은 죽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314)

 

주인공이 죽은 뒤 7일동안의 이야기이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뒷부분으로 가면서 점점 그 연관관계가 드러난다.

결국 저세상에서도 빈부의 격차,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차이는 남는다는 것이 씁쓸하다.

그렇지만, 그곳에서도 원한은 건너가지 않는다 한다. 재미있는 발상이다.

 

두 사람의 원한은 생사의 경계를 넘지 않았다.

원한은 저지당한 채 그 떠나간 세계에 남았다.(199)

 

기찻간에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주워 기르는 아버지 이야기는 참 재미있다.

그 아버지는 저승에 가서도 친절하고 성실한 일꾼으로 남아 있다.

어쩌면 그 아버지 같은 사람 덕에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감정에 푹 젖은 수건이라면,

나와 그 아가씨는 수건의 양쪽 끝을 잡고 그 안의 감정을 다 짜낼 때까지

힘껏 비트는 사람들 같았다.(105)

 

주워온 아들 때문에 좋은 결혼 상대도 놓치는 아버지.

그 아버지를 괴롭힌 것으로 여긴 아들.

 

가난이 사랑을 얼마나 비트는지도 슬프게 드러나고,

현대 중국의 발전상 뒤에 남겨진

온갖 먹거리를 둘러싼 풍자도 들어있다.

 

사람들은 유쾌하게 먹고 마시면서

떠나온 세계의 중금속 쌀이나 멜라민 분유, 쓰레기 만두, 가짜 달걀,

피혁 우유, 화학 첨가제 훠궈, 대변 처우더우푸, 수단홍, 저질 식용유 등을 신나게 비난했다.

"중국에서 딱 두군데 음식만 안전해."

"어딘데?"

"여기가 한 곳이고, 다른 한 곳은 중난하이.(공산당 중앙과 국무원 및 고위관리의 집단 거주지)"(217)

 

시작 부분은 좀 지루한데,

일단 스토리가 물살을 타고 나면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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