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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평점 :
김애란의 이야기들은 짠하다.
노량진의 그 부산함과 맹하게 목적을 상실한 하루들이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鷺梁津은 노량나루이다.
해오라기들이 다리를 이루듯 많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한강 다리를 건너
중심지 성안에 편입되기 위해 몰려있는 해오라기떼처럼도 읽힌다.
김애란의 단편들이 그리고 있는 젊음들은
젊어서 어설프고 젊어서 한심한 모습들인데
젊어서 매력적이고 젊어서 싱그러운 보통 소설들에 비해 너무 현실적이다.
비가 오면 침수가 되는 '도도한 집'의 피아노라든지,
침이 고이게 만드는 자극이 되는 '후배'와 사는 자취방.
학원생이거나,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이쪽 나루터에 해오라기떼처럼 몰려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어머니의 칼은
긴 세월
날이 하도 갈려 반짝임을 잃었찌만 그것은 닳고 닳아 종내에는 내부로 딱딱해진 빛 같았다.(153)
김치에선 알싸한 사이다 맛이 났다.
내 컴컴한 아가리 속으로 김치와 함께 들어오는 어머니의 손가락 맛이랄까.
살맛은 미지근하니 담담했다.
식칼이 배추 몸뚱이를 베고 지나갈 때 전해지는 그 서걱하는 질감과
싱그러운 소리가 나는 참 좋았다.((155)
어머니의 몸뚱이에선,
계절의 끝자락, 가판에서 조용히 썩어가는 과일의 달콤하고 졸린 냄새가 났다.
세계는 고요하고 몸은 녹진녹진했다.(178)
이런 묘사들은 정겨우면서
언어를 통해 머릿속 경험의 세계를 들쑤셔 깨우는 느낌이 들어 좋다.
나보다 키가 작은 언니.
멀어져가는 신림.
그곳의 마른 나무, 건물, 간판, 불면, 청춘,
겨울이 내 뒤에 있다. 몰랐지만 늘 그랬을 거다.(204)
신림 2동과 9동의 차이,
고시원을 전전하는 언니를 바라보는,
이름믄 새로운 숲, 가난한 신림들...
신록처럼 푸르른 이름이지만, 겨울이 그 뒤에 서늘하게 서있다.
늘 그랬을 거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올라가본 마을이 있다.
그곳은 켜켜이 쌓인 지붕과 골목으로 인해
내부로 깊은 주름이 나있던 동네였다.(215)
그렇다.
대도시의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주름같은 골목,
켜켜이 쌓인 지붕과 골목들이 보인다.
김애란의 소설들은
정겹고, 사랑스러우면서, 짠하다.
마치 고향의 맛, 같다.
집밥의 초라함 속에서 익숙해진 맛깔스럼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