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를 찍는 아이, 아로 오늘의 청소년 문학 16
정명섭 지음 / 다른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 직지심체요절...

소재는 '직지'지만 금속활자 인쇄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삶의 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청소년 시절,

앞이 막막할 때가 있다.

길은 걷다 보면 생긴다든지,

이런말은 전혀 위안도 되지 않는다.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없는 나이에

공부의 질곡을 뒤집어 씌우는 건 좀 슬프다.

 

몸매도 얼굴도 시선 강탈~

 

이런 노래가사처럼 신 나게 세상을 홀려서 살고 싶은 나이인데,

뭐 길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할 터인데,

진로에 대해 묻고, 장래 희망이나 꿈이 뭐냐고 묻는 일은 잔인하다.

아이들에게 꿈따위, 장래 희망 같은 거 개나 줘버리라고 하고 싶다. ㅋ

 

길이 있다면 걸어야 할 뿐이지,

새로운 세상은 늘 쉽게 오지 않는단다.

 

작가의 말에서 적어둘 만한 말이 있다.

 

선입견을 가진 채 역사를 바라보게 된다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됩니다.

만약 제가 금속 활자의 발명이 민족의 영광이자

자랑스러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 책은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울러 고 박병선 박사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습니다.(238)

 

프랑스에 있는 직지심경.

팔만 대장경으로 대표되는 '호국불교'는

불교의 힘으로 국난을 이겨낸다고 배운 바 있으나,

신라와 고려의 한줌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하여 내세운 단결의 아이콘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 발명의 바탕에서는 실험정신이 투철한 장인들의 삶이

일상처럼 이어져 왔을 것이다.

그 장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중요한 관점의 전환이지 싶다.

우리의 삶 역시

전체적 지형을 모른 채 살아가는 하루를 이어서 살고 있으니.

 

무엇이 일체처가 청정한 것입니까?

옥을 자르면 마디마디 모두 보배요, 전단향을 쪼개면 그 조각조각이 모두 향이니라.

하늘과 땅이 모두 황금이요, 온 세상이 전부 청정하고 미묘한 몸이로다.(179)

 

사람의 마음으로 곧장 짓쳐들어갈 수 있는 혜안.

그것이 불교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늘 회의스럽다. 삶은.

당장 내일이 의심스럽고,

당장 오늘이 불쾌하다.

 

그것이 모두 스스로 보배요 향임을 깨닫지 못한,

그리하여 청정한 눈을 갖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음을 설파한 불경은

읽는 이에 따라 다른 답을 찾을 수 있게 한다.

 

관념론에 불과하다고 비판받아 마땅한 입장이기도 하지만,

삶이란 '소문'에 불과할 정도로 관념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다.

 

여행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들어 준다.(103)

 

누구나 아이였고, 다 자란 몸 속에도 아이의 마음이 있다.

삶은 곧 여행이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아이의 마음을 억누르지 않고

살살 다르려 나가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은

삶이라는 여정에 소문처럼 들러붙은 '주저흔'이기도 하다.

 

자해의 경우 주저하면서 남기는 흔적이라는 데서 생긴 '주저흔' hesitation mark 이라고 한다는데,

아이가 어른이 되는 일은

어떤 흔적이든 온몸으로 살아내어 남길 수밖에 없으니...

 

'아로'란 아이의 이름에도,

반복되어 등장하는 활자 '길 로'에도

화두가 '길'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같이 읽으며 토론할 만한 책이다.

길에 대하여.

역사 기록에 대하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