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 참 더럽다.

검사가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한다는 세상이니,

권력에 미치지 못한 사람들의 삶은 어떠하랴.

 

그저 다 떠나버리고 싶은 사람들은 얼마나 많으냐.

'하지 않는 쪽을 선호합니다.'

이런 바틀비의 강한 의지 표명이 부러울 지경이다.

 

단적으로 국가와 세월호의 파장을 보면 그렇다.

아니, 청와대에서 전화를 넣으면 무조건 언론 탄압인 것이지,

별 병신같은 걸 말이라고 하고 있나.

 

김금희의 소설집에서 '반월'을 만난다.

 

 

 

반월은 안산시의 옛이름이다.

반월이라는 제목을 보고,

섬으로 가는 이야기와,

죽음에 관한 농담들과,

딱히 안산에 대한 이야기들이기도 하면서 아닌 이야기를 읽는다.

더 마음이 아프다.

 

표제작인 '너무 한낮의 연애'는 부조리극 같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끝없이 기다리는 고도처럼 오지 않는 세상은,

사람을 좌천시키고 밀쳐버리는 현실 앞에서 다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너무 한낮'은 '연애'와 어울리지 않는 시간대이다.

연애는 좀 으스름한 시각부터 가슴 콩닥거리는 일이고,

그것도 '연애는 돈지랄'이라는 명언이 있을 정도로 비용이 드는 일인데,

두 사람은 너무 한낮부터 맥도날드에서 만난다.

그걸 사랑이라 불러야 좋을지,

읽어보면 쓰라리다.

양희의 형편과 삶의 조건이 쓰라리고,

그래서 'ㅋㅋㅋ 웃지 않는 나무'를 보면서 위안을 받는...

그러나 또 현실의 '너무 한낮'은 주인공을 종로 맥도날드로 회귀하게 하는 비극적 시간이다.

 

 

그의 '무리 중 고를 균, 중균씨'는 바틀비같다.

그러나 바틀비는 그가 아무리 하지 않는 쪽을 선호한다고 그래도,

화자가 마음써주지 않는가 말이다.

 

김금희 소설을 읽으면서

단편 소설은 이북으로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험한 세상을 다 본 사람들...

그들에게 '여기는 볼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비웃음 날 일이란 것을 그는 외친다.

 

그래. 나는 잊을 수 없다.

 

너무, 한낮에 일어난, 모든 슬픈 이야기들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