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품격 - 조선의 문장가에게 배우는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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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는 명문장가들이 많았다.

그중 내가 좋아하는 이는 박지원과 이옥인데,

허균, 이덕무도 좋다.

이 책에는 그런 이들의 글들이 그윽한 향을 풍긴다.

 

수능특강에서 심생전을 가르치고 있는데,

마침 전문을 읽게 되어 좋았다.

이옥의 정서가 잘 묻어났다.

 

만약 저 여러 군자가 이 시대를 직접 본다면 어떤 생각을 품을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통곡할 겨를도 없이,

모두들 팽함이나 굴원이 그랬듯 바위를 안고 물에 몸을 던지려 하지나 않을까.(19)

 

허균의 '통곡헌기'다.

허균의 시대나, 지금이나, 통곡의 시대임은 변하지 않았다.

 

이 집은 이 사람이 사는 이곳이다.

이곳은 바로 이 나라 이 고을 이 마을이고,

이 사람은 나이 젊고 식견이 높으며 고문을 좋아하는 기이한 선비다.

만약 그를 찾으려거든 마땅히 이 글 속으로 들어와야 하리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쇠신이 뚫어지도록 대지를 두루 돌아다녀도

끝내 찾지 못하리라.(53)

 

이용휴의 '차거기'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일, 참 어렵다.

 

이 한 몸 다 마치도록

나 자신과 더불어 살겠노라.(64)

 

역시 이용휴다. 나 자신으로 돌아가자는 '환아잠'이다.

 

공부하지 않은 날은

아직 오지 않은 날과 한가지로 공일이다.

그대는 모름지기 눈앞에 환하게 빛나는 이 하루를

공일로 만들지 말고 당일로 만들어라.(73)

 

공일과 당일...

공일도 좋다.

 

말똥구리는 스스로의 말똥을 아낄 뿐,

여룡이 머금은 구슬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여룡도 구슬이 있다고 하여 말똥구리의 말똥을 비웃지 않는다.(99)

 

박지원이다.

낭환집의 '낭환'이 螂丸... 말똥구리란 뜻이다.

 

고요한 고전을 읽으면 마음이 잠잠해 진다.

허균의 분노에 가득찬 글조차도 마음을 잠기게 한다.

품격은 역시
자신을 돌아보는 잠잠한 곳에서도 오고

분노할 줄 아는 곳에 분노하는 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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