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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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인데도 황정은의 성향이 가득 담겨있다.

환상 속에서 벌어지는

낮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

그런 것들...

 

다행이다.

세상은 갈수록 격차를 벌여가는데,

이렇게 작아져가고 굳어져가는

어느 순간 모자가 되어버리는 인간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는 작가가 있어서...

 

모자가 되는 아버지,

오뚝이가 되는 은행원,

파씨나 소문자 m, 대문자 G,

곡도만도 못한 사람들의 눈꺼풀...

 

이런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소년이나 다름없다.

 

소년은 아직 아무 것도 아니면서,

장래에도 아무 것도 아닐 가능성이 큰 비애를 안고 사는 존재이므로...

 

체셔라는 이름이나 나중에 발표한 '앨리스씨'에서 보나,

그의 환상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향받은 점이 많다.

그렇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현실을 풍자하고는 있으나,

거기서 비애는 없다.

 

더 작아져가는 사람들의 세계,

더 낮아져서 굳어버리는,

딸랑거리면서 아침이면 일어나지만,

자의에 의해 일어나 창조적 하루를 열어나가기보다는,

오뚝이처럼 어쩔수없이 일어나고 굳어버리는 삶을 사는 존재들에게,

자신들과 비슷한 이야기는 위안이 될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한국판인 '무지개 풀'에서도,

이 좁은 방 안에서 풀장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도 재미있다.

 

재미있게 재미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재미있어 보이지만 더이상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들은

팔리기는 하지만 식상하다. 보고나면 허무하다.

끝없이 낮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읊조리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세상이 더 낮아지고 있으므로,

더 많은 황정은들의 분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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