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적인 앨리스씨
황정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끝없이 추락하는 동화 속의 앨리스.

 

거기서 연상된 것일까?

이 소설 속에서는 한없는 추락의 상황만이 좌절스레 이어진다.

씨발스러운 상황에 등장하는 씨발년의 씨발스러움...

이런 말들로 이어지는 소설은 어두운데,

말투는 한없이 경쾌하고 통통튀는데,

 

무슨 장자도 아닌데,

내편이 있고, 외편이 있고, 잡편 대신에 ㅋ 다시 외편이 있다.

 

다시 한번 그대가 옳다.

그대와 나의 이야기는 언제고 끝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천천히 올 것이고 그대와 나는 고통스러울 것이다.(162)

 

장편소설이라 하기엔 얇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복숭아술로 유명한 마을의 이야기처럼,

아이들을 잡아먹는 동화속 마을이 바로 이 세상이 아닌가?

언제고 끝날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이 야만스런 세상은 아래로 아래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그 비극은 천천히, 계속, 고통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당신 자체가 내 인생에 얼마나 엿같은 좌절감을 주었는지...

당신은 몰라...(137)

 

그녀는 그럴 때가 있고

그럴 땐 멈추지 않는다.

그럴 때 그녀는 어떤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떤 상태가 된다.

달군 강철처럼 뜨겁고 강해져 주변의 온도마저 바꾼다.

씨발됨이다.(40)

 

누군가는 황정은의 언술들이 불편할 것이다.

씨발됨의 상황에 살아보지 못한

순한 세상의 사람들은 그 씨발됨을 씨발됨이라 표현하는 것 자체에 불쾌할지 모른다.

 

작가는 오히려 이런 것을 전하려는 것 아닐까?

당신들이 불쾌하게 여기더라도,

어쩌랴~ 세상이 그러한 것을...

 

씨발, 이라고 자꾸 들으면 씨발,이 된다는 거.(35)

 

그렇다.

세상은 그렇게 씨발스럽고

씨발됨의 연속이다.

 

열아홉의 나이에 하청에 하청을 하다가 스크린도어에 끼이게 되고,

오늘 일어난 붕괴사고에서도 하청이 죽어간다.

씨발, 하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