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무빙 - 소설가 김중혁의 몸 에세이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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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소설 말고 잡문집을 많이 내는 시대다.

워낙 소설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시대의 탓도 있고,

하루키나 이런 사람들의 영향도 있으리라.

작품의 판매를 위한 편집자들의 부추김도 클 것이고...

 

김중혁이 영화 이야기를 한다.

영화들을 이야기하는 데, 되는대로 마구 튀어나오는 것 보다는

뭐, 어떤 꼭지를 따라 가는 게 좋지 않나~ 싶었는지,

몸의 부분들을 이럭저럭 엮어 넣었다.

그 구성은 별반 감동이 없다.

 

빨간 책방에서의 김중혁도 그렇다.

별반 감흥없이 실없는 소리를 잘 하는 구멍 같다가도,

간혹 날카로운 혜안을 들이 밀거나,

상황에 적확한 묘사나 이야기를 갖고 온다.

 

인간이란

사회적, 문화적 , 역사적 층위가 차곡차곡 쌓인 비밀스럽고 불가해하며 신성한 장소(5)

 

그래서 인간의 몸을 탐구한다는 식인데, 뭐, 어쨌든,

몸을 움직이는 무빙이든, 영화의 무빙이든,

재미있는 말들을 제법 주웠다.

 

인간을 결국 시간 속에서 소멸해 가는,

스스로를 상실해가는 존재들.

우리의 몸은 소멸의 징후를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전광판.(41)

 

존재를 부재로 설명하게 되는 역설이라니...

이 말은 나이 들어보면 안다.

그도 마흔 중반을 넘으니 알 것이다.

 

공자가 귀가 순해진다는 말을 했는데, 역시 귀와 관계 있을리라.

 

춤이란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것이다.(125)

 

춤을 추며 살고 싶다는 그는 페터 회를 또 인용했다.

나는 페터 회가 더 맘에 든다.

 

누구와도 춤을 추려고 하지 않는 모든 이들을 사랑한다.(126)

 

상대방의 재능을 부러워하면서 결핍을 눈여겨 보지 않을 때 불필요한 질투가 생겨나고,

결핍을 비난하면서 재능을 애써 무시하려할 때 무시무시한 편견이 시작된다.(140)

 

이런 멋진 말을 김중혁은 가끔 한다. ㅋ

재능있는 사람에겐 질투하게 마련이다.

이때 중요한 건, 결핍을 눈여겨 보지 않아 그렇다는 것.

인간에게 결핍이 없을 수 없으니.

남을 비난할 때 역시 그러하다.

 

그가 팩차기를 거론했는데,

내가 기억하는 팩차기는 88년에 시작되었다.

87년 여름까지는 도서관 주변이 매일 집회의 열기로 시끌벅적했으니,

한가로이 젊음의 모서리를 닳게 하는 놀이 문화는 없었으리라.

87년의 시절이 가고, 그 겨울 패배의 경험 이후,

도서관 주변에서는 팩차기가 시작되었다.

 

청춘의 모서리가 천천히 닳고 있다는 느낌으로,

속이 텅 빈 채 누군가에게 얻어맞는다는 기분으로

하염없이 팩을 주고 받았다.(161)

 

서로 만난 적이 있거나 썸을 탔거나

끌렸지만 갑작스러운 사정때문에 연락이 끊긴 남녀가 메시지를 남길 때,

남자들은 '찾습니다'를,

여자들은 '당신이 그리워요'를 애용한다.(181)

 

남녀는 역시 화성과 금성만큼 다르다.

 

인간의 걸음을 생각하다가 '엘 콘도르 파사'를 끌어온다.

 

인간은 땅에 묶여 살면서

가장 슬픈 소리를 내뱉지요.

나는 길보다는 숲이 되고 싶어요.

하염없이 걸어야 하는 인간의 몸은 슬프다.(234)

 

영화 속이든, 현실에서든,

인간의 몸을 움직이는 일은 삐걱거리게 마련이고,

중력의 영향으로 처지게 마련이다.

 

나이에 따라 처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수술을 하거나

지나치게 운동에 몰두하는 일을 보면,

참 헛되다.

슬픈 동물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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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09: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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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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