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4년 전에 읽었던 소설이었는데,

다시 읽어 보니 참 맛깔나는 작품들이 많다는 느낌이 되살아 난다.

 

미국으로 이민간 인도인들의 삶을,

그들의 세계에 어울리지 못하는 이물감과 함께,

고유의 문화와 새문화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하고 서로 보듬기도 하는 소설들이 따스하다.

 

그가 그 부부를 내다보고 있는 순간,

방 안의 불이 꺼졌고,

그는 몸을 돌렸다. 쇼바가 전원을 끈 것이었다.

그들은 이제 그들이 알게 된 것들에 대해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잠시 동안의 일, 50)

 

5일동안으로 예정된 정전이 예정보다 일찍 마치던 날,

그들은 스스로 전원을 끈다.

그리고 이해의 눈물을 흘린다.

그저 눈물을 흘렸다고 서술했으나, 그 이해의 눈물은 잠시 동안의 일이지만

그들의 남은 인생을 뒤바꾸었을 것이다.

몇 문장으로 소설의 맛을 바꾸는 능력은 오 헨리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섹시'라는 소설에서 그 의미가 새롭다.

 

그건 당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에요.(101)

 

단어의 의미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지기 힘든 사람들.

그것은 단어는 하나의 사물이나 상황에 붙는 것이 아닌,

문화에 묻어있는 향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생큐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말이 자신의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피르자다 씨가 저녁 식사에 왔을 때, 222)

 

이방에서 너무도 외로운 센 아주머니의 집은 참 쓸쓸하다.

서른 살쯤 된 센 아주머니는 운전도 서툴고, 매사에 미국 생활이 익숙치 않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힘껏 고함을 지른다면,

누군가 달려와 줄까?

집에서는 조금만 목소리를 높여 슬픔이나 기쁨을 표시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그 소식을 함께 나누었어.

또 필요하면 도와 주기도 하고.(235)

 

그러나 그녀는 혼자서 운전대를 잡기도 해야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 사람들... 자신들의 세상에서 너무 바빠."(244)

 

1866년생 103세 할머니 크로프트 부인의 이야기는

경박한 요나손의 '100세 노인'에 비하면 몹시 우아했고 다정했다.

요나손의 노인은 과잉행동 장애로 보일 정도로 정신없는 사람인 반면,

크로프트 부인은 관계의 향기를 추억하게 해주는 풍경이 된다.

찰싹 피아노 의자를 치는 자세 그대로 앉아...

 

 그의 소설들을 다 읽어 보았지만, 단편이 더 쌉쌀한 삶의 맛을 잘 표현하는 듯 싶다.

그의 문장들을 곱씹으며 잠자리에 들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