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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 -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
사람들이 모두 생 텍쥐페리만 같다면, 세상은 얼마나 평온할까.
이 책은 정여울이 읽은 그의 책들에서
멋진 구절을 적고 생각들을 적고 있는 책인데,
워낙 원작이 멋진 책들이어서 시시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어린 왕자만 해도 수도 없이 읽었을 터인데,
그 아름다운 이야기들에 다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현실 세상의 이야기는
5.18 추모곡을 합창합네 제창합네 하는 저질들부터,
강남 역의 살인 사건 같은 미친 인종들로 해서,
<소년이 온다>의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시끌거리는데,
오늘도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눈을 감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오늘을 하루 겨우겨우 간신히 살아내고 잠시 휴식을 할 것이다.
마음의 친구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로 열지 않을 문을 당신에게 여는 사람으로,
그의 일부는 당신에게 속해있다.
그런 참된 친구는 언제나 진실만을 말한다.
그 사람 마음의 일부가 당신을 싫어한다 해도
여전히 그는 당신을 사랑한다.(성채 중, 27)
아, 말해 뭐해...다.
나무는 씨앗으로 자라나 가는 줄기로 자라고,
그런 뒤에 튼튼한 몸통으로 자라나 마지막에는 죽은 목재로 변해버리는 존재.
그 이상의 것이다.
나무는 하늘을 이기기 위해 뻗어가는 느리고 영원한 힘이다.
그의 '성채 The wisdom of the sands'에 나오는 대목이라는데, 이 책도 읽어보고 싶다.
나는 때로 세상의 비바람에 휘어지고 관계의 가뭄에 목이 마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로 하늘로 조금씩 끝내 뻗어가는 나무이고 싶다.(39)
정여울의 설명은 반복 같지만 공감이 가는 말들이 많다.
정말 제 아이가 '너무도 빛을 사랑한 나머지,
하늘 높이 올라가버린' 거라면, 별들의 순례자여.
하늘의 순례자여, 제 아이가 혹시 거기로 갔는지요.(어머니의 편지, 82)
편지쓰기를 정말 좋아했던 작가와 그의 아내, 어머니의 글들은 슬프면서도 진실하다.
목마름과 피로에 지쳐 잠들었으면서도
잠든 그 아이를 미소짓게 만드는 그 무엇까지도
그는 지켜주고 싶다.
우리 곁에도 이렇게 수많은 어린 왕자가 보석보다 더 빛나는 미소를 흘리며 잠들어 있다.
우리는 그 여린 존재들의 꿈과 미소와 희망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잊는 순간 지상의 어린 왕자들은
갈 길을 잃고 미아가 되어버릴 것이다.(123)
어린 왕자의 이야기에는
죽음마저 추하거나 두렵지 않다.
삶도 반짝이며 빛나고,
죽음도 아련하지만 당연하게 스러짐으로 이어진다.
삶을 어린왕자의 그것처럼 유지하는 것,
보이지 않는 곳의 빛남을 바라볼 줄 아는 눈을 얻는 것,
이런 것을 위해 살아야 할 일이다.
안데스 산맥에 조난당한 조종사,
그는 '누군가 나를 구하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반드시 살아 돌아가서 내 아내를,
나를 기다리다가 초주검이 된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137, 인간의 대지 중)
실종이 되면 4개월간 보험을 못 받으니,
잘 보이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그 마음...
인간의 속에 숨어있는 빛나는 보석을 얻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