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라딘에서 마태우스로 활동하는 서민의 서평집.

 

서평들을 세 파트로 나누었는데,

그 갈래가 제법 멋지다.

 

1장 사회 - 무지에서 살아남기

2장 일상 - 편견에서 살아남기

3장 학문 - 오해에서 살아남기

 

이 제목들을 다시 조합해 보면,

편견으로 가득하고, 무지를 조장하며, 오해로 점철된 사회에서 책을 읽는다는 일은 어떤 의미인지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글들이다.

 

그는 대학 교수이자 여러 권의 책을 낸 지식인이다.

이런 서평집들의 한계가 알량한 <중립>의 가치를 존중한다는 것인데,

'달리는 기차에 중립은 없다'는 말처럼,

이 미쳐돌아가는 기차같은 현실에서 '중립'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쪽의 주장만 줄곧 외치는 애꾸눈에 귀머거리 언론을 앞에 두고

언론의 공정성을 말하는 것이 헛소리인 것이나 같다.

뒤집어진 배에서 승객을 구하기 위해 5백 명이 넘는 구조대가 급파되었다고 거짓을 나부대는 앵무새에게

중립이라고 칭찬하는 것처럼...

 

'집나간 책'이란 제목이 팔리기 좋은 제목은 아닌 듯 싶다.

그렇지만 '서민'이란 이름이 이미 하나의 '환유'가 되어버린 듯.

'환유'란 어떤 말을 들으면 어떤 속성이 떠오르도록 자동화되어버린 걸 일컫는데,

서민의 서평은 재미있고, 반어가 그득하며, 결코 중립의 거짓을 뒤집어쓰지 않는다는 것.

 

아픈 사람의 편에 가까이 가는 것이 '중립'이라고 말한 외국인 교황에게 사람들이 감동하듯,

이 땅에서는 '중립'을 '빨갱이'처럼 여긴다.

그냥 권력자들의 소리에 귀먹은 듯, 눈 먼 듯 살아야 한다는 듯이...

 

특목고 해체를 주장하고

교사가 장관이나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사직을 안 하는 풍토가 잘못되었다고

통렬히 지적하는 보수라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235)

 

이 나라가 워낙 독특한 나라니 그렇지,

교수나 교사들은 원래 보수적인 가치를 전수하는 위치에 놓인 사람들이다.

건전한 보수와 보수를 참칭하는 노론-친일-권력자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역사의 한계다.

 

인정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인정받기 위한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167)

 

이 말은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는 책에서 인용한 구절인데,

이 사회가 인정이 부족한 사회가 되어버렸음을 원인으로 하여,

인정받기 위한 행동하기가 체화되었음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말이다.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공포는 인정받지 못함 = 죽음의 등식이 성립하는 현대사에서 왔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최선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해 최대의 선을 실현하도록 하는 제도가 아니라,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제도.(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163)

 

삼국지에서 왕들이 부모보다 두려워했던 것은

다리가 하나 없는 존재들(십상시, 내시들)이라고 했던 말이 등장한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했다는데,

이 땅의 민주주의는 씨앗만 뿌려졌을 뿐,

떡잎이 누렇게 찌들어가는 것 같다.

싹수가 노랗다...는 말처럼...

 

인물보다 체제가 말하는 사회가 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인지, 물갈이가 필요할 것인지,

더 살아 보아야 할 노릇이다.

 

서민의 책은 재미있다.

그리고 누구나 읽기 쉬운 책들을 많이 소개한다.

그렇지만 세상의 흐름이 혼탁해 지는 것을 꼬집는 데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미녀 아내와 사는 일에 만족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의 건필을 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