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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정여울, 사랑을 이야기하는 책들에 대한 책
표지에 '연애담'이라고 적혀 있는데,
'사랑'과 '연애'의 거리만큼이나 사랑은 폭이 넓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이나 영화의 주제는 모두 사랑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사랑이라는 주제가 조금도 들어있지 않은 책을 찾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인간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고,
특히 계급적 불일치나 환경의 차이에 따라 그 욕구는 영원히 이뤄질 수 없는 욕망으로 자리잡을 때,
뚜르게네프의 '첫사랑'만큼이나
사랑은 만족보다 트라우마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쿨하게 '잘 있어요'라는 발화를 이별의 시간에 말할 수 있지만,
그 속마음은 '가지 말아요'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지 말라고 잡을 수는 없고,
'잘 가세요'라는 반어를 말할 수밖에 없기도 하리라.
그 절창이 '진달래 꽃'일 게고.
임의 죽음 앞에서
그 상여에 진달래 꽃을 뿌리며,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릴 터이니
부디 잘 가라는 눈물의 시가 아닐까...
서구의 문화사에서
낭만적 사랑 혹은 열정적 사랑은
단지 한 사람을 향한 일시적 충동이 아니라
자아의 확장에 커다란 역할을 하는 감정이었다.
사랑이라는 본성에 '문명의 형식'을 부여하는 거대한 문명사적 전환.
죽음의 공포 자체를 사랑의 열정으로 승화시키는 불멸의 사랑은
서구문명의 발명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83)
흔히 '사랑'이라고 말하는 대상은,
서구의 '낭만주의 시대' 이후 발명된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랑은 그런 것이다.
신념에 대한 사랑이나
인류에 대한, 또는 자식에 대한 사랑은 그 '낭만적 사랑'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로맹 가리와 칼 세이건의 사랑처럼
정열적이고
죽음의 공포 자체를 뛰어넘는 사랑의 완성은,
찌질한 인생에 포르테를 쾅!! 찍는
낭만적인... 로망이다.
오래오래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은
투사의 커튼 저 너머로 상대방의 깊은 상처를 알아본다.
친밀해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상처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비밀 열쇠를 얻는 것과 같다.
사랑은
그의 상처가 스스로 발화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매력으로 시작되어
우정으로 승화되고
마침내 서로에게서 최고의 스승을 발견하는 위대한 배움으로 이어진다.
함께 무거운 돌을 나르고 빈틈을 메워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의 호수를 만들어 가야 한다.
너를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너의 곁에 있기 위해.
내가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은 강인한 열망 속에서 시작되고,
상대방에서 최고의 멘토를 발견한다.
사랑에 대한 가장 멋진 헌사는,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어도
그 사람이 세상에 없어도,
내게 준 생의 축복을 온전히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323, 에필로그)
작가는 주로 낭만적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에필로그에 와서는
사랑의 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낭만적 사랑과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일은 무의미한 일이기도 하지만,
열쇠가 되는 사랑은
성장과 힘에 있다.
그래서, 사랑은 힘이 세다.
꽃,이라는
유심론 / 김선우
눈앞에 열명의 사람이 잘빠진
몸매로 웃고 있어도
백명의 사람이 반짝이는 선물을
펼쳐 보여도
내눈엔 그대만
보이는
그대에게만 가서
꽂히는
마음
오직 그대에게만
맞는 열쇠처럼
그대가
아니면
내
마음
나의 핵심을 알 수
없는
꽃이,
지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