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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조국의 노래
조문기 지음 / 민족문제연구소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부민관 폭파 사건의 주역 조문기 선생의 회고록.
부민관이라면 경성부민회관이니까, 지금으로 치자면 서울시민회관 내지 세종문화회관 정도겠다.
거기서 열리는 친일파들의 독립운동가 때려잡기 대회를 저지하기 위해 폭탄을 설치했던 운동가다.
그분의 인생 역정을 읽는 것은 굴곡 많은 한국 현대사를 읽는 일이었다.
그에게 조국은 슬픈 조국이었다.
그에게 조국은 삶이었고, 전부였지만,
조국에게 그는 가로고치는 인생일 뿐이었다.
각종 조작극으로 인한 고문, 투옥으로 독립운동의 결실을 돌려주었을 뿐이다.
친일파의 나라.
그래서 그는 올바른 통일 국가를 세우지 못한 부끄러운 국민으로서,
친일반역자를 색출하지 못한 자로서,
조국의 독립보다는 진흙탕이 되어버린 조국에 동조하기 싫어서,
국가가 주는 쥐꼬리만한 혜택조차도 거절한 절개를 가지고 있다.
그분의 인생을 읽으면서 부끄러웠다.
사소한 부조리에 쉽게 타협하는 나를 볼 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중립은 진행되는 사태에 동조하는 것이란 하워드 진의 명제를 인정하지 않고도,
그는 방관은 동조고, 동조자는 부역자, 공범자가 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계시는 보기 드문 분이다.
보통 조국을 위해 애쓰신 분들이,
과잉 애국주의, 국가주의에 매몰되기 쉬운데,
이분은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만 생각할 뿐,
조국이 그를 버린 것도, 아무 것도 해주지 않은 것도... 다 잊으려 한다.
나를 부끄럽게 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