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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이권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1월
평점 :
이 책은 1부를 읽지 말았어야 했다.
2부만 읽었더라면, 별점 5개를 채웠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읽어 보면 안다.
논술 시간에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내용은,
'똥만 든 머리에선 글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글이란 것은 형식에 맞춰 내용이 풍부해야 한다.
그런데 그 풍부한 내용을 채우는 방법 중 하나로 독서가 있다.
그런데... 그 독서 역시 개인적인 독서로는 문제가 있다.
주어진 글에 답을 찾아가는 교육으로는 독서가 힘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독서를 지도할 수 있을 것인가?
숱한 작가들이 '독서'의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정작 그 대문호들 역시 책이 좋아 읽다가 글을 쓴 것이지,
잘 배워서 대문호가 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의 의도는 참 좋지만,
글쓰기는 독서와 무지 관련이 있지만,
글쓰기를 하려는 이들에게는 '독서'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권우 역시 '특수한 시대 덕'에 독서꾼이 된 사람이니 말이다.
1980년대라는 특수한 시대 덕이었습니다.
압도적인 지배질서에 저항하는 일군의 선배들과 함께
당대의 현실을 극복할 대안을 찾았습니다.
그때 읽었던 철학책과 사회과학책들은,
오늘에 보면 태반 지적 수준이 부족한 면이 있긴 해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여주었습니다.
읽어야 비로소 보인다는 것을 알았으니,
어찌 안 읽을 수 있겠습니까.
읽지 말라 하면 더 악착같이 읽으며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249)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시대가 지금의 기성세대를 만들었지만,
지금의 기성세대는 후세에게 무엇을 주고 있는지...
쓰기 편으로 넘어가서는 좋은 글들을 소개하면서,
나도 그렇게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을 들게 하는 꼭지들이 많다.
뭘 앞세울까~
종교를 빙자한 세력 다툼.
그 와중에 나타난 인간 욕망의 파노라마.
이를 압축해 보여주는 구절.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
전쟁을 제창한 교황의 말.
이게 좋겠다.
이걸 던져 놓고 '그것'의 검은 속셈을 뒤져내면 책의 의의는 충분히 전하겠다.(김성희, 223)
쓴다는 것은 그렇다.
서평도 그렇고, 논설도 그렇다.
곰곰 생각하면서,
뭘, 앞세울까~를 정하고,
얼개를 잡으면 글은 채워진다.
얼개가 있는데 글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더 읽고 연습해야 하리라.
두드려라, 쓰일 것이다.
뮤즈는 분명 존재하지만,
가만히 있는데도 집필실에 날아들어
컴퓨터에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지는 않지요.
유즈는 지하실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곳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소설이란 땅속의 소설처럼 발굴되는 것이라는 것이죠.
낑낑거리며 힘겹게 노력하지 않으면
뮤즈는 절대 도돠주지 않습니다.
뮤즈는 무시할 수 없고, 영감을 주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는 창작의 지평을 열어주는 마술이 가득한 자루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이란,
뮤즈가 올 때까지 넋놓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쓰다 보면 뮤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스티븐 킹, 161)
이렇게 뮤즈를 기다릴 때,
독서는 필요하다.
쓰려는 자, 반드시 목마를 것이다.
시야가 트이는, 그 <문리가 트이는 순간>을 위해 찾게 마련.
우리는 책이라는 거인의 무등을 타고 있는 난쟁이일 뿐.(38)
좋은 글은,
좋은 질문과 좋은 답이다.
고전에는 질문과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바로 이것들이다.
어떻게 질문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 과정을 익히는 것.
답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것이 고전 읽기의 참된 모습.(67)
'리드'하려고 고전을 읽는 것이 아니다.
간절히 꿈꾸면 이뤄지지도 않는다.
고전은 고난의 현실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자,
이 고난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간절히 질문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다.
'돈'좀 벌고자 고전을 읽는다면,
그건 착오이리라.
좋은 책이지만, 재미가 없다.
이 책 역시 '프레시안'의 강의록이라 하는데,
순서로는 역시 1부가 독서이고, 2부가 쓰기여야 하겠지만,
2부가 알짜다.
1부가 강해야 2부도 읽히는데... 그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