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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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은,

한 인물의 삶을 평가하며 쓰는 전기이다.

그런데 그 말미에서 안도현은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썼다.

결국, 평가가 불가하다는 말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땅에서는,

가장 사랑받지만 그의 말년은 북녘에서 힘겹게 산 듯 싶고,

90년대 이후 그의 시가 널리 애송되고 있지만,

그와의 사랑을 이야기한 자야 여사의 길상사 이야기만큼이나 고뇌투성이였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그의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의 해리포터 같은 화자가 환상 속에서 펼치는 사랑 노래다.

그리하여 그는 '흰 바람벽이 있어' 거기에 마치 환등기로 재생하듯,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냉리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259)

 

모닥불 타는 속에 '몽둥발이가 된 역사'를 뒤척이던 시인 백석.

그가 네 번이나 결혼했던 사실 만큼이나

시원시원한 '모던뽀이'의 외모는 순탄치 못한 사랑을 몸으로 기록하였으며,

분단과 이념의 깃발 아래서 갈등하는 삶을 읽고난 뒤끝은 입맛이 쓰다.

 

육신을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는

삶은 모두 살아내야 하는 과제인 것이지,

어찌하여 살아지는 명령이기만 하지는 않은 것이다.

 

새삼 백석이 더 애처롭게 느껴지고,

그의 시편들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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