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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위대한 개츠비...
초록 불빛을 향해 끝없는 동경을 보냈고,
황금 모자를 썼지만,
쓸쓸한 생을 마감한 사람.
사랑을 잃고, 제 집 안에 자신을 가둔 사람.
이 책에 편집자는 왜 '위대한 개츠비'란 제목을 붙였을까?
'황금 모자를 쓴 개츠비'는 개츠비가 개인으로 보이지만,
'위대한 개츠비'는 바로 근대 미국의 상징으로 쓰이기에 손색이 없는 제목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미국인이라면 '더 그레이트 브리튼'에 꿀리지 않는 국가의 이미지를 원했을 듯...
그때 나온 '더 그레이트 개츠비'에 열광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은 마지막이 애잔하다.
그렇지만, 흰별이 펄럭이는 성조기의 스트라이프를 바라보기라도 하듯,
힘이 있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갔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내일 우리는 좀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더 멀리 팔을 뻗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맑게 갠 아침에는...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전진하는 것이다.(255)
이 마지막 구절을 읽는 100년 전의 미국인의 심장은
쿵쾅거리며 뛰었으리라.
비록 몇 년 뒤 공황을 겪지만, 세계대전으로 다시 전성기를 누릴 미래를 향해,
소설 역시 전진한다.
나는 이제 서른 살이 되었다.
내 앞에는 불길하고 위협적인 또 한 차례의 십 년이 펼쳐져 있었다.(192)
남북전쟁이 끝나고,
서른 살이 된 나라, 미국.
불길하고 위협적인 십 년은 공황으로 예상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어떤 서른에도 마흔에도 쉰에도,
삶의 십 년은 위협이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9)
이 말은 이 소설의 서두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충고다.
결국 개츠비나 데이지,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데
화자는 객관적이라는 힘을 실어주는 구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어떤 점에서는 비판받을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삶을 관조해보면, 반드시 이해받아야 할 부분도 있다.
삶은 언제나 유리한 입장에만 놓여있지는 않다는 것.
'올드 스포트(김욱동이 '형씨'로 번역)'를 '옥스포드'로 잘못 이해한다는 등,
오해에 얽힌 사건과 죽음으로 점철된 이 소설을 읽고
다시 보는 저 구절은 가슴에 무겁게 얹힌다.
개츠비의 죽음 뒤에 누구도 오지 않을 때,
전화가 오지만... 그 용건은 참 초라하다.
내가 전화를 한 건,
거기 두고 온 신발 한 켤레 때문입니다.
집사가 그걸 보내 주었으면... 테니스 신발인데...(239)
삶은 참 구차하다.
보통 때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초록색 골프장의 잔디 조각이 사무실 창문으로 날아 들어오는 것처럼
상쾌하고 시원스럽게 느껴졌는데,
오늘 아침에는 왠지 귀에 거슬리고 메마르게 들렸다.(218)
골프 선수 조던의 목소리에 대한 묘사다.
웨스트에그에 살면서 이스트에그(부활절이랑도 겹치는 듯)를 바라보는 삶.
초록 불빛 속에 담겨 있을 듯 싶은,
애잔한 과거의 이야기는, 비극을 껴안고도 도저한 강물이 되어 흘러간다.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의 구절이 이 소설과 오버랩된다.
그대 이른 새벽녘 저 빛을 보라
황혼의 마지막 광휘에 환호하는 우리들의 긍지
위험한 전투 속에서 광대한 선과 빛나는 별들
저 성벽 너머로 찬란히
빛나도다(앞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