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서 길을 물었더니 - 우리 시대 큰스님 33인과의 만남
서화동 지음, 김형주 사진 / 은행나무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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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이라고 불러서 인터뷰도 거절당한 필자는 책 제목에 떡하니, 우리시대 큰스님 33인과의 만남이란 부제를 붙여 두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승호가 얼마나 훌륭한 인터뷰어인가를 실감한다.

지승호는 일단은 공부를 많이 하고 가고, 인터뷰의 맥락을 읽는 일은 곧 사회를 읽는 공부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산중에 계신 스님들의 귀중한 인터뷰를 필자의 눈에 따라 잘라버렸다는 것이다. 제한된 지면에 실었던 기사였을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치더라도, 이왕 책으로 묶어냈을 때에는 원 인터뷰를 최대한 살려 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스님들과 나눈 이야기를 핵심만 정리하다 보니, 높은 말씀들이 시들해져 버리고 만 것이다.

불법은 아는 법(지식)이 아니라 보는 법이어서, 직접 그 경지에 가보지 않고서는 대답할 수 없다는 말씀들이 많다.
철저한 공부를 통해 가서 보는 <법>
공부의 공 工은 사람이 땅을 밟고, 하늘을 등에 지고 있는 것이고,
부 夫는 하늘 天을 뚧는 것, 즉 스스로 노력해서 진리가 하늘을 뚫는 게 공부라는 말씀은 새길 만 하다.

중들이 까닭없이 집을 크게 짓고 방을 크게 쓰는 것이 옳지 않다는 말씀도 동감이다.
요즘 절들은 너무 크다. 부처님을 예배하기 위해 크게 짓는 게 아니라, 돈벌이로 크게 짓는다.
교회들도 마찬가지다.

서늘하신 말씀들을 자기는 잘 듣고선, 우리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한 필자가 원망스럽다.
표지에 금으로 새긴 글자가 탑을 이뤘는데, 제대로 전했더라면 정말 금자탑이 이뤄질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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