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3 - 법정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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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몸속 깊은 곳에서 마개가 열린 느낌이 들었다.

몸속에 가득했던 물처럼 차가운 무언가가 거품을 일으키고 용솟음치며

내면을 씻어내고 밖으로 흘러나왔다.

됐다. 나는 도리어 구제받은 셈이다.

특별한 아이가 아니라서

빛나는 뭔가가 없어서 다행이다.

내가 태어난 의미를 찾는 건 나 자신이다.

시시한 인간인 나는 스스로 나 자신을 찾아낼 것이다.(638)

 

처음부터 '위증'을 하는 미야케 주리가 등장하는데,

'솔로몬'은 뭐지? 이런 의미를 갖게 했더랬는데,

역시 내 예감대로 간바라가 솔로몬의 역할을 맡는다.

 

'마개'

끓는 물도 마개를 잠시 뽑아 두면 터지지 않고,

고인 것도 마개를 뽑으면 흘러 내린다.

마개라는 말로 '해소'를 푸는 작가가 멋지다.

 

오이데 슌지를 가차없이 신문하며

가즈히코는 온 힘을 다해 주리에게 사과한 것이다.(614)

 

변호인 가즈히코는

검사측 증인으로도 등장하여 악인을 응징하면서,

지혜롭게 주리의 위증에 대하여 대처한다.

 

그것은 얼굴도 형체도 없이 새카맣기만 했다.

그래서 간절히 원했다.

꼬맨아, 나에게 어서 얼굴을 만들어줘.

나를 이 세상에 빚어내.

어서, 어서,,어서. 그것은 지독한 굶주림이었다.(604)

 

사는 게 귀찮고 살아갈 의미가 없어서라고 했습니다.(566)

이렇게 불합리하고 말도 안 되는 것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왜 살아가야 하는가.

사람이 사는 의미는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그것을 발견할 수 있는가.(525)

 

꼬마 철학자 가시와기의 섬세한 생각은

부모를 죽이고 싶어했던 노다,

부모의 죽음을 겪고 자란 간바라의 삶과 겹쳐지면서,

이미 강 건너를 보아버린 사람들의 생각을 본다.

그러나 그의 삶에서 승리한 것은 관조를 통한 달관이 아니라 악마의 굶주린 목소리였던가.

 

지평선 저 너머의 조그만 먹구름.

료코는 방금 그것을 보았다.

그러나 아직 멀다. 가까이 다가오리라는 보장도 없다. (1권, 83)

 

휴일의 텅 빈 파란 하늘에 여름 끝자락의 소나기구름이 떠 있었다.(3권, 502)

 

아직 먼 먹구름이 이제 소나기구름으로 바뀌었다.

마개를 열면 솨아아~~ 시원하게 빠져나갈 배경으로 맞춤하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남들 눈에 띄지 않는다.

세상은 우리와 관계없는 곳에서 돌아간다.(309)

 

스스로 여드름 귀신이라고 유명하다고 생각하던 주리의 생각은 자격지심이었다.

청소년기는 자의식이 생기면서 자격지심을 많이 안게 된다.

결국 그 증폭기가 가시와기를 죽음으로 몰고 가며,

주리를 위증 고발자로 만든 것이다.

 

솔로몬은 말한다.

너희 잘못은 아니라고.

 

이 소설은 사건 해결 법정 소설이기도 하지만,

교육 소설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청소년들이 심리가 투영된 과정이 잘 드러나고,

무엇보다 학교의 역할이 미미하면서도 명확하다.

 

몸집이 작고 가냘픈 오자키 선생은 옅은 파란색 마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온화한 표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다.

의자에 앉자 오자키 선생은 훨씬 작아졌다.

그런데도 어딘가 따스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었다.(285)

 

학교에는 이런 교사들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아이들이 숨쉴 구멍이 있어야 한다.

완벽한 시스템으로 숨구멍을 다 틀어 막으면 7일만에 혼돈의 청소년들이 죽고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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