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알 고주알 - 시인의 몸감성사전 시인의 감성사전
권혁웅 지음, 이연미 그림 / 난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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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웅의 몸 감성사전...이란 제목으로

몸의 각 부분과 관련된 어휘들에서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채집해 둔 책이다.

 

시의 감성을 찾아내기 위해 늘 모든 사물들을 구분해 두고

곰곰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모습이 투철해 보인다.

 

토템적 분류 체계를 검토하면

중요한 것은 형식일 뿐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레비 스트로스) 30

 

'이항대립의 손가락'이란 항목의 설명이다.

양손은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대립하는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은 형식이라는 말, 참 짠하다.

 

장자에 나온 '조3모4'는 멍청한 원숭이에 대한 비유라기보다는

중요한 것은 형식이라는 말이지 싶다.

 

마음은 늘 비포장이었다.

왜 그리 불퉁거려야만 했을까.(먼지의 길)

 

비포장도로에서 찾는 마음의 불퉁거림.

 

옮긴이의 말을 믿지 말아요.

소문은 무성한 거랍니다.(닫힌 책)

 

이정서의 이방인이 생각난다.

누군가는 김화영으로도 충분히 감동이었다지만,

이정서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받아들여지는 풍토였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까뮈에게서 온 편지...도 읽고 싶다.

 

천리마가 늘 있지만 백락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듯,

사랑할 만한 사람은 늘 있지만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 책에서 주변의 사람들을 훑는 눈.

시인의 눈은 언제나 감시중이다.

 

전속력으로 그대를 떠나는 것 중에,

사랑 다음으로 빠른 게 바로 재채기의 속도다.

 

이런 과학적 지식 사이에서

사랑의 허망함을 덧붙이는 꼼꼼함이라니...

 

명함은 잔존사념이다.

한 사물에 묻어있는 주인의 관념 -

네모반듯한 기억이 그의 일생을 명료하게 요약했으나

정작 나는 요점을 모른다.

 

명함이 그 사람의 얼마만큼을 설명하고 증명할 수 있을까.

잔존사념, 좀 서걱거리지만 충분히 명함과 친밀할 법한 어휘다.

 

가까스로 저녁에서야

 

두 척의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에 닻을 내린다

벗은 두 배가

나란히 누워

서로의 상처에 손을 대며

 

무사하구나 다행이야

응, 바다가 잠잠해서(정끝별)

 

밀물이다.

둘은 물때가 맞았다.

배 대는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참 다행이다.

사는 일, 그렇게 하루하루가 다행이어야 하는 노릇.

 

쓰리고 덴 상처 다음엔 물의 집이 생기죠

당신의 눈물을 동그랗게 모아둔

바로 그 집 말입니다.(물집)

 

언어는 늘 있지만

시인의 말을 항상 만나는 것은 아니다.

 

시가 풍부한 세상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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