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강의
무비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199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마음의 상을 비우고...
나는 잘한다는 상을 비우고...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을 사랑하는 상을 비우고...
내 아이가 잘 되어야 한다는 상을 비우고...
미운 사람에 대한 상을 지우고...
공고 다니는 아이들은 부족하다는 상을 지우고...
내 나이가 점점 많아간다는 상도 지우고...
내 나이에 아직 못할거라는 상도 지우고...
지워야 한다는 생각도 지우고...
금강경이라는 뗏목도 놓아버린다.

며칠을 조금씩 읽던 금강경은 다이아몬드란 이름을 붙일만큼 빛나는 경전임에 틀림없다.
딸이 시집가기 전에 들려주신다는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라."는 말씀이 내 마음을 쿵! 쳤다.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아라.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아라.

내가 가진 불만들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이토록 직설적으로 알려준 말은 없었다.
잘 하려다 보니 욕심이 오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성내게 되고, 어리석게도 불만으로 가득한 삶을 산다.
행복은 내가 좇는다고 오는 것이 아닌 것을.

어젯밤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들려준 이야기. 정작 나는 꼬마 고양이였다.
고양이 한 마리가 제 꼬리를 물려고 뱅글뱅글 돌았다.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이유를 묻자, "저는 오늘 철학 학교에서 두 가질 배웠어요.
하나는 행복이란 것과, 또 하나는 행복이 꼬리에 있다는 걸요. 그래서 꼬리의 행복을 콱 물려고 하죠."
할아버지 왈. "나도 그 두 가질 알고 있지.
그렇지만 난 그저 내가 걸어가다 보면, 꼬리에 있는 행복은 자연스레 내 뒤를 따라온다는 걸 알고 있단다."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아라.
상담 심리에서 노이로제(강박증)나 정서 장애인 사람에게 들려줄 법한 말이다.
REBT가 바로 이런 이론 아니던가 말이다.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다.

마음 속의 욕심.
나는 훌륭한 선생이라고 칭찬받고 싶어.
부모님께는 좋은 아들이어야 하고, 가정에선 멋진 아빠이자 가장이어야 하고,
아내에게도 자상한 남편이어야 하고...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아야...

말로서 말 많이 할 것이 아니라, 참으로 의식과 분별이 끊어지고 말로써 나타낼 수 없는 <언어 도단>의 자리.

경은 돌아가고, 선구는 바로질러 간다.
부처님께서는 활과 같이 둥글게 말씀하시고,
선사는 활줄과 같이 팽팽하게 가로질러 명쾌하게 바로 보여 준다.
그래서 금강경을 읽으면서도, 한 마디 화살에 마음을 준다.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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