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김대유 / 내일을여는책 / 1995년 2월
평점 :
품절


교사를 하다보면 저절로 나오는 소리다. 이 아이들을...

누구를 막 탓하고 싶고, 나의 능력 없음을 엄청나게 저주하는... 날이 많다.
그런 밤이면 잠도 이루지 못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푸념을 하기도 한다.

요즘 매스컴에서 '학교'는 하나의 상품 코드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스텐 도시락과 교복의 추억으로 남은 과거를 팔기 위해
유명 연예인들이 교복을 입고 나오거나 잊었던 친구를 찾기도 하고,
아예 고등학생들을 불러 놓고 진행하는 프로도 많다.
봉숭아 학당이나 여고 괴담은 오히려 전통적인 이야기고,
친구 이후 각종 영화의 방과 후 옥상 같은 학교 폭력씬들은 학교를 무자비하게 파헤친다.

여고 괴담에도 미친개라는 교사가 나왔고, 권상우는 대한민국 학교 다 *같다고 때려 치운다.
어이하다가 학교가 이렇게 파괴되었는지...

김대유 선생은 학생 지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분이다.
교육 운동을 왜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뿌리 깊은 온갖 욕심'이 교실을 황폐화 시켜가고,
우리는 '성적'이라는 눈금으로만 아이를 파악한다.
아이들에게 눈 가리고 연자매를 돌리는 나귀마냥 말을 잘 들어주길 원하지만,
이미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1등을 향해 오르는 무리들로 탑을 쌓아가는 이 사회의 모습을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다.

난파선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부르짖는 작은 동물들의 파열음을 듣는가?
어른들은 못 들은체 고개를 돌린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몰락하는 지금, 어른들 세계라고 온전할 것인가?

학원이 굴러온 돌이 박힌돌 빼내듯 아이들에게 중요한 기관으로 매김되고,
학부모의 자위감, 입시 위주 정책, 입시와 다른 교육과정, 욕심 덩어리 사교육의 사탕발림에 아이들은 영혼을 판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삶은 황무지에서도 피어나는 장미처럼 아름다운 것이라 단언한다.
사자가 사냥할 때는 그 대상이 맹수든 토끼든 최선을 다하듯,
아무리 작은 학급 행사, 학생 지도라도 얕보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당한 말씀.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도 지도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것.

누구의 책임인가를 더 이상 따지지 말자고 한다.
그것이 소용없는 짓이라고 말할 시간조차 아깝기 때문이란다.
썩은 것들을 살아있는 새 것으로 바꾸는 교육 개혁의 의지는
태산을 옮긴 우공 이산의 전설처럼 작은 손길, 작은 눈길이 모아져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생활지도는 구속이고, 상담은 잔소리가 되어버린 학교.
잘해야 본전인 학급 운영.
그리고 나쁜 소문은 천리를 가나, 좋은 소문은 문밖을 나서지 않는다는 말처럼 탈도 많은 일, 일, 일...
그러나 쓰러진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멈춰선 것은 달리게 하는 열정을 가진 교사와 학부모가 하늘의 별처럼 많아지길 간절히 비는 선생님의 마음은 헛되지만은 않다.

숱한 사례를 들면서 힘든 속에서 느껴지는 보람이 묻어나는 글은 차라리 눈물겹다.
문제아라고 눈돌려 버리기 쉬운 아이들을 새로운 교우 관계로 생활 습관을 교정하고, 격려와 애정으로 마음 중심을 사로잡고, 한 편의 편지로 감정에 호소하는 갖가지 방법을 치사하게 동원하는 그 이름은, 교사다.

학생부를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작금의 학교 풍토,
담임을 자원하는 사람이 수요의 절반도 안 되는 뒤바뀐 학교.
점점 높아만 가는 교사의 평균 연령과 떨어져만 가는 학생의 흥미는 긴밀한 상관 관계가 있다.
2,3년마다 교무 분장을 바꿔 유능하고 경험있는 교사로 가는 길을 걷는 것이 좀 귀찮더라도 안주하고 복지부동하는 것보다 필요한 일이 아닐까?

질높은 교사 문화 속에서 당연히 소양이 풍부하고 훌륭한 교사가 나온다.
그런 환경 속에서 올바른 생활지도와 힘있는 상담이 가능해 질 것이다.

두고두고 생각해 보고자, 기억에 남을 말들을 주절주절 적어 보았다.
이런 리뷰들은 남들 읽으라고 적거나, 알라딘 좋으라도 책 선전하는 리뷰는 아니다.
하긴 이 책은 벌써 절판된 지 오래다. 두고두고 고마워해야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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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3-2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참...

글샘 2006-03-2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쁜 소문은 천리를 가나, 좋은 소문은 문밖을 나서지 않는다...고 한 저건,
제 아이디어가 아니라, 책에 나온 말이었답니다.
담임수당 받고(1년에 백만원이 넘는데) 담임 하겠다는 사람이 갈수록 없어지니... 딜레마가 맞긴 맞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