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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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가볍다. 가벼워서 부담이 없기도 하지만, 그 가벼움이 싫은 날도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라는 제목은 얼마나 독자를 끄는 힘이 강한 제목인지...
그렇지만, 읽지 않고 있었던 것은, 일본 소설의 오묘한 분위가가 조금은 어색해서 선뜻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이 소설엔 이상한 세 사람이 나온다.
우울증에 알콜중독자 아내 쇼코, 그 남편인 무츠키는 호모다. 남편의 남친 곤.
쇼코는 아이를 가질 것을 권하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남편의 아이를 곤치 낳아 줄 수 없음에 안타까워한다.
그리고는, 남편과 곤의 아들을 한꺼번에 낳을 수 없을까를 궁리하는 아내.

엽기적이고 사이코틱하다고 본다면 어쩔 수 없이 희한한 일이지만,
나와 다른 것도 인정하려고 하는 그 사람들의 섬세한 마음이 다사롭기도 하다.

누런 금빛 사자떼와는 섞일 수 없는 은빛 사자들이 세상엔 있는 법이다.
사람들은 금빛 사자들만이 정상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금을 그어 두고는
그 금 밖에 있는 존재들을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판정한다.

그래서 금밖에 있는 존재들에게 세상은 언제나 좌충우돌 복마전일 따름이다.
누가 언제 금밖으로 내몰릴는지 모르는 세상에서,
특히 한국인들은 집단을 지어 남을 내모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가?
아직도 중세 독일의 마녀 사냥이 쉽게 일어나는 동네가 아닌가 말이다.

일본도 그런 측면에서 더하면 더했지 덜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다르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다르면서도> 반짝일 수 있다는 것을 소설로 쓰고 읽을 수 있다는 것.
사실은 세상 모든 사랑이 다 다르고,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다를 수밖에 없음을 공감한다는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소설.

제목만큼 주제도 반짝반짝 빛나는 가볍고 경쾌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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