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나라
강준만 / 개마고원 / 1996년 6월
평점 :
절판


강준만의 초기 저작. 서울대 신드롬, 서울대 콤플렉스를 잘 파헤친 책이다.

한국인에게 서울대란 무엇인가?

자기 자식을 제일 보내고 싶어하는 대학.
출세가 일단은 보장되는 것처럼 보이는 대학.
'샤'자처럼 보이는 철교문이 촌스럽지만 경원하게 되는 대학.
(그 "샤"자는 국립 서울 대학교의 앞자음을 모은 도안이다. 촌스럽기도...)
정치가, 경제인, 방송인... 등등 한국의 윗자리가 다들 나왔다는 대학.
그래서 한국이 비틀거릴 때면 언제나 욕을 먹는 대학.

일반적으로 모든 학과에서 서울대는 <최고>다.(커트라인이 제일 높다는 말)
서울대에 없는 한의예과나 일어일문과 같은 것을 제외한다면.
그리고 교수진도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숱한 저서들을 본다면...)

그런데, 그 서울대가 세계 대학 순위로 따지면 200위 안에 겨우 든다던가... 뭐, 그렇다.

그토록 가고 싶어하는 대학, 그렇지만 그토록 욕을 하는 대학.
그 원인을 강준만은 잘 파헤치고 있다.

서울대를 만든 것은 <미군정>이었다.
코쟁이들은, 자기들의 허수아비 국가를 만들기 위해 <국립 종합 대학 설립(안), 국대안>을 만들게 된다.
그래서 한국의 모든 부분을 미국식으로 이식시키려고 의도했고, 그 의도는 멋드러지게 성공했다.
이것이 더도 덜도 아닌 서울대의 실체인 것이다.

한국의 최고 학부, 서울대가 왜 엘리트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못 하는가. 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없는가... 비판할 필요 없다.
한국의 최고 학부라고 착각한 그 서울대는 바로 <미국식 제도>의 기반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이 수립된 1948년보다 2년 이른 1946년에 서울대가 성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대를 졸업한 엘리트들은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한 친일파는 아니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친미파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것이 지금 기득권 세력이 되어 각 분야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대의 실체다.

그러다 보니 학연을 따지게 되고, 그 학연의 맨 위에 자리한 것이 서울대가 된다.

서울대 폐교론도 등장하지만, 서울대 아래 연세대, 고려대가 있는 한, (또 그 아래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등등이 있는 걸 누구나 안다.) 서울대 문닫는다고 나아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서울대를 줄일 필요는 있겠다.
경영학은 연세대 쪽으로 특화시키고, 법학은 고려대 쪽으로 특화시키고(이러자고 하면, 수많은 서울법대 출신 법관들이 관습법을 들고나오겠지?) 뭐,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치면, 서울대에 남을 것은 인문대, 자연대, 공대(이것도 카이스트나 포항공대와 섞어 보고), 농대 정도일까? 사범대야 서울 시내 각 대학에 흩어버리면 되고...

똑똑한 아이들 받아서 바보 만드는 서울대는 더이상 존재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애들이 미적분도 못한다는 공대 교수들은 무식해서 그런 거 아닐까?
이적지 고등학교까지 죽자사자 공부한 아이들로 200위 안에 든 대학교.
그렇다면, 이젠 대학 가서 죽자사자 공부하게 만들어야 20위 안에 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

10년 전에 전근 선물로 이 책을 건네준 추선생의 글씨가 앞장에 적혀있었다.
지금이야 실업계 근무하니 서울대 갈 아이야 없지만, 몇 년 있으면 다시 서울대 신드롬에 사로잡힌 아이들과 씨름할 생각하면, 지금도 힘들지만, 그도 역시 피곤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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