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늙는다는 일은,

곧 죽음을 염두에 둔다는 말고 같고,

그래서 일정한 작업을 해온 학자나 예술가로서는

죽을 때까지 새로운 작업을 할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한 '말년의 양식'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하루하루 습관처럼 훨씬 더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후기스타일'로 작업사는 것이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며,

불확실한 자리에서 곤란을 극복하기 위해 한 번 더 힘을 내고 도전하는 것이다"라고 하는

사이드의 착상에 깊고 강렬한 감명을 받았습니다.(237)

 

오에 겐자부로처럼

치열하게 공부하는 사람의 독서와 글쓰기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 일은 복되다.

 

나이가 들면서 탁해지고 추레해지기 쉬운 것이 인생사이거늘

이렇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하며 곧게 사는 선배가 있다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생각하게 한다.

 

정신차리고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나가면,

저절로 고전이 한 권, 두 권, 그것도 일생에서 아주 소중한 무언가가 될 작품이 여러분에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그건 정말 신기할 정도예요.

고전이 멀어져갈 때도 있지만,

어떤 기회가 생겨 그 책이 다시 돌아와요.

책을 읽는다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의 관계가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여겨집니다.(153)

 

고전은 다양한 형내로 몇 번이고 우리에게 새롭고 심오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어요.

특히 노년에 이르러 그것이 주는 풍부한 경험을 생각하면,

저는 젊은 여러분에게 그때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고전을 제대로 만들어 주기를 권하고 싶습니다.(155)

 

그에게 읽는 일은 이런 의미다.

고전이 주는 풍부한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는 노년의 독서.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서 젊어서부터 자신의 고전을 만들라는 충고.

나는 이제 징검다리에 선 나이로서 노년의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는 심오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

좀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이렇게 소설을 쓰면서 문제점을 해결해 왔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꿈이니까. 라고 말할 수는 있다.

내가 가슴 아파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요는 자기 자신을 향해 거듭 말하리라.

꿈을 꾸고 있는 거니까! 아무것도, 전혀, 두려울 것 없습니다. 꿈이니까!(110)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공부이기도 하고,

철학이기도 하다.

견해를 가지게 되는 일이며, 굳어지거나 더 말랑해지는 일이다.

 

한 사람의 소설가가 지닌 인간을 바라보는 견해, 사고방식, 소설가로서뿐만 아니라 인간 본연의 자세와도 이어지는 것.

그것이 문체이며, 결국 우리는 이것을 읽어내기 위해 소설을 읽고 쓰는 것입니다.(82)

 

책을 읽는 데도, 나름의 리듬이 있고 역사가 있다.

나는 어떤 책들을 만나게 될까... 기대된다.

공자가 지천명의 나이에 만난 주역처럼,

이제 지천명의 나이에 어떤 책을 만나 노년의 동반자로 삼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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