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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 만화 삼국지 8 - 셋으로 나누어 서다 ㅣ 이현세 만화 삼국지 8
이현세 글.그림 / 녹색지팡이 / 2013년 8월
평점 :
관우는 오랜 기다림에 지쳐있고,
기다림은 성급함을 부른다(8권, 198)
대구법과 연쇄법
이런 말들이 이루는 말의 맛이란.
삼국지의 뒤편으로 가면서,
혼란스런 세상과
서로 믿지 못하고 뒤척거리는 살림살이가,
요즘 우리 나라의 정치판과 다를 게 하나 없어 보인다.
이 마지막 편들은 공명과 사마의의 지략 경쟁이 치열한데,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잡는 이야기는 두고두고 장쾌하다.
뱀처럼 차가운 사나이 사마의.
뱀의 가장 두려운 장점은
먹이를 사냥할 마지막 순간까지 참고 기다릴 줄 안다는 것.(10권, 11)
완벽하게 사냥할 수 있을 때까지 꼼짝하지 않은 채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기다린다.
다만 사냥감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끊임없이 혀를 날름거릴 뿐이다.(10권, 101)
유비의 삼고초려를 흔히들 유비의 노력으로 평가하지만,
나는 공명의 협조로 보았는데,
이 책에서도 그리 평가해 반갑다.
공명은 때가 아닌 줄 알고도 유비의 삼고초려에 감동해 세상에 나왔다.
그는 천하 통일의 대업이 유비와 자신의 것이 아닌 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려 최선을 다했으나,
운명은 하늘의 순리대로 달려갔을 뿐이고,
하늘은 끝내 공명을 거두어 가고 만다.(10권, 166)
새 황제 조비와 동생 조식의 갈등에서 아우가 읊은 콩깍지는 명문이다.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으니
가마솥 안체서 콩이 눈물흘리네.
본디 같은 뿌리에서 나왔건만
어찌하여 이리도 급히 삶아대는가.(9권, 77)
권력 앞에서는 형제애도 피도 눈물도 없는 법이다.
하물며, 정치권의 왈가왈부에 정의를 빗대는 일도 무리인지 모르겠다.
마침내 세상은 피로 망하니
역사 따위 무슨 소용이 있으랴.
순리와 포용과 소통은 멀리 숨을 멈추고
숨어 있던 야성만이 뛰쳐나오니...(9권, 101)
상산 조자룡이란 호랑이가 산으로 스러지는 모습이나,
온갖 영웅 호걸들의 최후로 가득한 삼국지를 접하노라면,
삶 앞에서 좀더 겸손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