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라의 앨리스 비룡소 클래식 22
루이스 캐럴 지음, 김경미 옮김, 존 테니얼 그림 / 비룡소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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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로 들어간 앨리스.

거꾸로 된 세계는 현실세계와 정확히 대응되는 대칭이 아니다.

그쪽은 색다른 판타지 세계다.

 

가장 예쁜 것은 늘 멀리 있다니까...(119)

 

세상은 늘 거꾸로인 모양이다.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멀리 있고,

싫은 것은 만나서 괴롭다고 했으니...

 

백석의 시에서 역시 세상은 험하고,

마음은 거울 세계로 환상 속으로 들어간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와 나타샤는

이 푹푹 샇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골로 가자 출출이(뱁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오막살이집)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 것이다

 

 

마치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내동댕이쳐진 듯한 백석의 심사.

그는 이모네 집의 골방에 처박힌 해리포터의 심사와 같았으려나.

 

상상 속의 세계로 들어간 백석은

세계의 머글들과 단절되도록 푹푹 눈이 나리는 세계를 구축하고,

해리에게 이국적인 초챙이 있었듯,

환상적인 나타샤라는 이국적인 여성을 상상하고

흰당나귀와 함께 환상적인 밤을 보내는 상상을 한다.

 

현실이 힘겨울 때,

환상의 스위치는 켜지는 법이다.

 

세상이 늘 거꾸로 갈 때,

앨리스는 힘없는 어린이지만, 여왕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세계는 왜 거꾸로만 가는 걸까...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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