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 2 - 아리랑 김산에서 월남 김상사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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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독재 시대를 살아오면서 학교 교육을 통해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에 잔뜩 찌든 내 의식 속에서,
대한민국은 <평화를 애호하는 국가>, <결코 침략을 저지르지 않는 국가>였다.

그래서 88올림픽때 잠실벌을 가득 메운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성화의 그을음 속으로 하늘을 날았다.

이 책을 읽고는, 우리 역사가 전혀  평화적이지 않음에 부끄러웠다.
그 속엔 이주 노동자를 짓밟고 있는 비열한 한국인들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일제의 호도에 의해 촉발된 것이기는 하지만 감추어진 역사, 반중국인 폭동과 화교들의 수난.
베트남에서 미군 대신 갖은 학살을 저지르고 돌아온 고엽제의 피해자, 김상사들의 눈물.
우익청년 테러단체의 <국민방위군 학살 사건>
녹화사업의 비인간적, 비이성적 정신말살.

한국인에 의해 저질러진 이런 끔찍한 비극들 이외에도,
박정희의 반민족성, 비전향 장기수를 향한 냉혹한 눈초리.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논의.

일제 강점기의 감옥보다 인권에 눈감았던 대한민국의 감옥.
집필의 자유조차 없던 그 어둡던 공간.
인민군 치하에서보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집단적 반발을 보이는 대한민국의 병영.
병영국가로서의 대한민국에 칼을 대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최근에 미쳐 날뛰는 <비리 사학>들의 원죄를 파헤친 그의 현장 르포는 손발로 만드는 역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아아,
이적지 40년을 살면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그리고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해왔던 나는 비겁한 대한민국의 치부에 얼마나 무지한이었던가.
고통스럽지만 새살이 나기 위해서는 과거를 끄집어내야 한다.
한홍구는 그런 사북의 자리에 서 있다.

그래서 그의 시선에 따라 역사를 읽는 것은,
역사는 진정 과거인의 그것이 아닌 미래인의 그것임을 확신케 하는 작업이다.
역사서를 읽는 것은 나의 발걸음과 지향점을 결정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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